오치아이코치 “긴장 풀리면 실투”
슬라이더 던졌는데 안 휠 땐 황당
“확실한 내 볼 뿌릴때 칭찬 듣겠다”
에이스 부담 왜?슬라이더 던졌는데 안 휠 땐 황당
“확실한 내 볼 뿌릴때 칭찬 듣겠다”
차우찬(24)은 누가 뭐라 해도 삼성의 에이스다. 그러나 그는‘에이스’라는 수식어를 매우 부담스러워한다. 겸손이 아닌 진심이다. 지난 시즌 후반부터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늘 “이러다가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며 경계도 늦추지 않는다. 그래서 물었다. 그의 말 그대로 “자칫 잘못하면 ‘훅’ 갈 수 있다”는 의미가 대체 뭔지.
○오치아이 투수코치가 보는 차우찬
오치아이 투수코치는 유독 차우찬에게만 칭찬이 인색하다. 호투한 날에도 그날 잘한 것보다 모자랐던 부분을 지적하며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시즌 3승을 올린 27일 잠실 두산전 이후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고는 곧바로 3회 2사 후 3연속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자초한 것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오치아이 코치는 “아마 우리 투수진 중에 내가 가장 혹독하게 대하는 투수일 것”이라며 “어제(27일)도 차우찬이 3연속 볼넷을 내준 후 마운드에 올라가 ‘지금 장난하냐?’고 따끔하게 야단쳤다. 그렇게 해야 다시 제 공을 던진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물론 그를 혹독하게 대하는 것은 그만큼 애정이 많기 때문이다. 오치아이 코치는 “좀 더 다듬어야할 부분이 있지만 실점 위기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며 좋은 피칭을 하고 있다”며 “보통 한 경기 호투해도 그때 반짝인 선수가 많은데 차우찬은 지난해 6월 두산전에서 최고의 피칭을 했고 그 감을 잊지 않기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차우찬이 보는 차우찬
28일 잠실구장 삼성 덕아웃. 차우찬은 전날 호투에 대해 칭찬이 쏟아지자 “나를 칭찬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겸손이 지나치면 자만’이라고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럴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차우찬은 “잘 하고 주위에서 많이 얘기해주시는데 나는 내 볼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했다. 마운드 위에서 자신도 알 수 없는 볼을 던질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는 “스트라이크로 던졌는데 볼이 되고 볼로 던졌는데 갑자기 스트라이크가 되는 볼이 있고, 슬라이더 회전으로 날아가는데 휘지 않고 직구처럼 미트에 박히는 볼도 있다”며 “그게 어쩌나 한두 번이면 괜찮은데 등판할 때마다 여러 번 반복된다.
볼을 원하는 곳에 제대로 넣지 못한다는 의미다. 공 하나하나에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볼넷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에서 스트라이크로 던진 볼이 높게 형성되면서 타자들이 헛스윙하는 경우가 있는데 운이 따라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언제까지 요행이 따라주지 않을 것이다. 아니, 요행을 바라는 투수가 되고 싶지 않다. 확실한 내 볼을 던지는 투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잠실|홍재현 기자 (트위터 @hong927)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