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3D 인터뷰] “류현진 밖에 없냐” 정민철의 호통 ‘독수리 5형제’ 깨웠다

입력 2011-06-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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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2년 만에 메인 투수 코치를 맡게 된 정민철 코치는 ‘소통의 리더십’으로 최근 한화 젊은 투수들의 약진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 코치가 29일 두산과의 잠실경기에 앞서 직접 고안하고 작성한 투수 차트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모습. 스포츠동아DB

▶ 정민철 코치가 말하는 한화

이달초 투수들 집합시키고 크게 혼내
양훈 김혁민 등 선발진 5명 승승장구
“자신있게 던져라!” 끊임없는 주문
한 감독 취임후 월간 최다승 디딤돌
한화가 주목받고 있다. 한화는 5월 들어 13승(31일 현재)을 올렸다. 4월 6승16패를 기록한 팀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한대화 감독이 취임한 이후 월간 최다승이다. 무엇보다 선발투수들이 강해졌다. 양훈이 생애 첫 완봉승을 거뒀고 장민제는 생애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김혁민은 컨트롤을 갖춘 투수가 됐고 안승민도 순항하고 있다. 류현진밖에는 믿을 투수가 없던 선발진이 확 달라졌다. 한화 선발진의 빠른 성장엔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정민철 투수코치의 역할이 크다. 정민철 코치는 기술보다는 프로의 자세부터 젊은 투수들에게 가르쳤다. 한화의 리빌딩은 선수 마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화에는 류현진밖에 투수가 없냐?

5월초 정민철 코치가 마음속에 있던 말을 했다. 용병을 포함한 투수들을 모두 집합시키고 크게 혼을 냈다. “한화는 류현진 팀이냐? 한화에는 류현진밖에 투수가 없어?” 프로는 이기기 위해 존재한다. 결코 동정을 받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너희들이 얼마나 좋은 투수인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길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다른 팀과 똑같은 프로야구의 투수라는 것을 강조하며 강한 승부근성을 요구했다. 안승민은 그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30분 이상 코치님이 말씀하셨죠. 투수는 공격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는 말과 자신에게 자랑스런 피칭을 하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신을 믿고 신나게 던져라

정민철 코치는 장점을 부각시킨다. 김혁민에게는 “너는 대한민국 최고의 직구를 갖고 있다”고 칭찬한다. 양훈에게는 “너는 완봉승 투수야! 네가 못이길 팀은 없다”고 했고, 장민제를 향해서는 “너는 나보다도 컨트롤이 좋다”며 엄지를 치켜 세운다. 안승민에게는 “경기 운영능력이 최고다. 한화의 미래”라고 했다. 정민철 코치가 강조하는 것은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라’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을 믿을 때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정 코치는 또 직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투수는 직구가 생명이다. 변화구에 일찍 재미를 느끼면 장수할 수 없다”며 직구를 많이 던지라고 주문한다.


○좋은 마인드를 갖춘 강한 마운드

한화에는 한화에서만 100승 이상을 기록한 투수출신이 4명이나 있다. 한용덕(120승,통산 11위), 송진우(210승, 통산최다승), 정민철(161승,통산 2위) 세 명의 코치와 이상군 운영팀장(100승, 통산 20위)이다. 이들에게는 강한 한화의 마운드를 다시 재건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선배님들과 어떻게 하면 마운드를 가장 빠르게 세울 수 있을지를 수도 없이 논의했다”는 정 코치. 결론은 좋은 마인드 구축이었다. “전투에서 싸울 수 있는 마음부터 가져야 한다”는 게 레전드 4명의 한결같은 생각이었다. 올해 한화 마운드에서 가장 달라진 투수는 김혁민이다.

5월에 뒤늦게 합류한 김혁민은 5경기에서 2승1세이브, 방어율 1.90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5월27일 두산전에서는 1점차로 앞선 9회 1사 2,3루에 마운드에 올라 놀라운 세이브를 했다. “지난해는 던지고 싶은 곳에 공이 가지 않았고 올해는 던지고 싶은데 공이 가는 차이죠.” 그에게 하나 분명히 달라진 게 있다. “정민철 코치님이 올해 한번 이를 악물고 사생활에 충실하라고 하셨어요.” 잘 먹고 잘 자고 쉬는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서 공 하나 하나를 좀더 소중하게 던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위기는 당연히 온다! 그것도 즐기자

정 코치는 상승세가 계속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류현진을 빼면 경험이 없는 투수들이죠. 당연히 위기가 옵니다.” 정 코치는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항상 너희들이 좋은 피칭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위축되지 마라.” 그는 위기가 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벌써 준비하고 있다. 더 강해지기 위한 과정이고 팀과 개인에게 위기가 오더라도 즐겁게 헤쳐나가겠다고 했다. “항상 투수들에게 공격할 것을 주문합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무기를 최대한 사용해서 타자를 공격하는 투수진이 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올시즌 그의 목표는 한가지다. 팀방어율, 몇승같은 수치는 없다. 시즌이 끝난 뒤 ‘한화투수들이 싸워 이길 수 있는 강한 마인드를 갖췄구나’하고 느끼는 것. 그 느낌하나가 그의 올시즌 꿈이다.


정민철 코치는?

▲생년월일=1972년 3월 28일 ▲출신교=대전 신흥초∼충남중∼대전고 ▲키·몸무게=187cm·81kg(우투우타) ▲경력=1992년 빙그레∼2000년 요미우리∼2002년 한화∼2010 한화 코치 ▲통산 성적=161승(역대 2위) 128패 10세이브, 방어율 3.51, 2394.2이닝 투구(역대 2위) 935자책점 ▲비고=한화 영구결번(23번), 역대 완봉승 공동 2위(20승)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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