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아들 삼진, 아버지 역전패 ‘최악의 날’

입력 2011-06-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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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 경기전 덕아웃서 아버지와 포옹
“아들 단점? 대신 분석 좀…” 화기애애
9회초 아들 등장에 박감독 애써 무덤덤
LG 박종훈 감독-SK 박윤의 ‘부자대결’

17일 잠실구장은 LG 박종훈(52) 감독과 SK 1루수 박윤(23)의 부자 상봉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들이 1군무대에서 처음 적으로 만나는 모습에 당연히 눈길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 박종훈 감독은 지난해 LG 지휘봉을 잡았고, 박윤은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SK에 2차지명 5순위(전체 38번)로 뽑힌 뒤 그동안 2군에만 머물렀다.

그리고 10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박윤이 1군 엔트리에 올라오면서 꿈에 그리던 ‘부자 대결’이 성사됐다.


○짧은 부자상봉, 뜨거운 포옹

경기전 LG 박종훈 감독은 1루 쪽 덕아웃에서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박윤이 찾아와 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박 감독은 의자에서 일어나 밝은 웃음으로 아들을 포옹하면서 “어제 TV에 나오는 모습을 잠깐 봤다. 보기 좋더라”며 등을 두드렸다. 아들은 “잘 하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만남의 시간은 짧았다. 박윤이 돌아가자 박 감독은 “우리는 서로 바빠 TV로나 보는 사이다.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번 주말 잠실 경기 때까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잘해서 1군에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박윤 장단점 분석은 했느냐”는 짓궂은 질문에 박 감독은 “잔인한 질문이다”며 웃더니 옆에 있던 양상문 해설위원에게 “분석 좀 대신 해주세요. 자료 좀 주세요”라며 웃었다. 양 위원은 “분석할 것도 없다. 좌우 스프레이 히터로 잘 친다”며 덕담을 건네 주변에 폭소가 터졌다.


○SK 김성근 감독 “박 감독 약점이 박윤 약점”

맞은 편 SK 덕아웃. 기자들이 SK 김성근 감독에게 “박종훈 감독이 아들 장단점 분석했는지 물어도 대답이 없더라”고 전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분석할 게 뭐 있나? 박 감독 현역 시절 약점 생각하면 답이 나올 것 아니냐”며 웃었다.

김 감독은 1980년대 OB 코치와 감독으로 선수 박종훈을 데리고 있었고, 거슬러 올라가 신일고 시절에도 박종훈을 지도한 바 있다. 김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박윤 할아버지부터 시작해 3대가 똑같다. 체형이나 모습이 비슷하다.

달리는 모습도 평면이 아니라 껑충껑충 뛰면서 비슷하다”며 소개했다. 이어 “박 감독은 타격시 몸을 웅크려 좁은 편이었고, 박윤은 몸을 넓게 펴서 치는 편이다”고 차이점을 말하면서 “오늘 한번 중요한 순간에 내야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사상 3번째 부자 맞대결

한국프로야구 사상 부자 3번째 맞대결은 이날 결국 성사됐다. 이전까지는 1990년 롯데 김진영 감독과 태평양 김경기의 맞대결이 최초였다. 김경기는 그해 신인으로 입단해 중심타자 자리를 꿰차 이들 부자는 숱한 대결을 벌였다. 이어 1992년 김성근 감독이 삼성 덕아웃에 있을 때 LG 내야수 김정준과의 맞대결이 있었다.

이날 LG가 4-1로 앞선 9회초 1사 1루에서 박종훈-박윤 부자의 맞대결이 마침내 성사됐다. LG 마운드에는 임찬규. SK 김성근 감독은 여기서 7번타자인 포수 최경철 타석에 대타 박윤을 내밀었다.

박윤은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에 결국 서서 삼진을 당했고, 박종훈 감독은 중계 카메라가 당연히 자신을 비출 것이라 예상한 듯 덕아웃에서 애써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를 바라봤다. 하지만 LG가 9회초 5실점해 대역전패를 당한 터라 아들보다는 팀에 더 신경이 쓰였을 박 감독이다.

잠실 |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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