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 푹 쉬렴” 김시진의 배려

입력 2011-09-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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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김시진 감독. 스포츠동아DB.

“가족과 시간 보내라” 엔트리 제외
“그간 고맙다. 하지만 이제 다 내려놓아라, 숭용아.”

조명이 꺼진 목동의 그라운드. 18일 은퇴경기를 마친 이숭용(사진 오른쪽)은 감독실을 바라봤다. “당연히 마지막 인사를 드려야 할 분은 감독님”이라고 했다. 10분 이상 김시진(왼쪽) 감독과의 독대가 이어졌다. 1992년 롯데에서 은퇴한 김 감독은 1993년 태평양 투수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숭용이 태평양에 입단한 1994년 이후 지금까지, 둘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김 감독은 “그간 의지한 부분도 많았다. 고맙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하지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부분은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품성에 대한 것이었다. 은퇴경기를 마친 이숭용에게 더 큰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선수의 눈높이를 맞출 줄 알아야 해. 네가 선수로서 누렸던 영광들은 다 내려놓아야 한다.” 이숭용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도자가 되면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더 줄어들 거야. 은퇴경기 이후 팀에서 완전히 제외한 것도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니까 서운해 하지 말고….”

사제의 관계가 아니라, 야구선후배로서의 조언이 이어졌다. 이숭용은 “감독님께서 마지막까지 배려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김시진 감독 역시 “멋지게 보내준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하다. 좋은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며 축복을 아끼지 않았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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