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없는 편지] 윤길현이 SK 동료들에게 “SK 우승! 꼭 듣고싶습니다”

입력 2011-10-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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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길현. 스포츠동아DB

SK 윤길현(사진)은 2009년 가을잔치를 ‘투혼 시리즈’로 만든 장본인이다. 승모근, 팔꿈치, 허리 등 온 몸이 만신창이였지만 출전을 자청했고,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다. 그 해 11월 입대한 그는 2010년 2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9월 제대해 현재 재활에 매진 중이다. 2년 전의 경험 때문에, 부상 동료들을 향한 그의 마음은 더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정)근우 형. 2009년 한국시리즈 뒤풀이 기억나요? 제가 “졌지만 뿌듯하지 않아요?”라고 물었던 것이요. 형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죠. 사실 저라고 왜 자책의 마음이 없었겠어요. ‘내가 7차전에서 볼넷만 주지 않았더라면 이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우승했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했기에 슬프지만은 않았어요. 부상 선수들도 많고 참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그래도 서로 등을 토닥여주며 그라운드에 나갔던 기억이 나네요. 2009년 두산과의 PO에서 먼저 2패를 당했을 때는 (채)병용이 형이랑 기도까지 했다니까요. ‘저희 이제 군대가야 합니다. 몸이 아파도 뛸 테니, 제발 3차전이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도록 해주세요’라고….

(박)재상이 형, 형을 보니, 지금의 SK도 그렇게 간절한 심정으로 뛰고 있는 것 같아요. 제대하고 재활군에서 형과 함께 훈련했잖아요. 솔직히 몸 안 좋아 보이던데…. 말 안 해도 알아요. 아픈 거 참고 뛰고 있는 것이요. 준PO 2차전에서 이를 악물고 달리는 모습을 보니, ‘역시 우리 선배들이 프로는 프로’라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허리에 주사를 맞아가며 마운드에 오르던 2년 전 가을 생각도 나고요…. 그 때 입대 선물을 우승으로 챙겨가지 못했으니, 이번에는 제대 선물로 꼭 승리를 안겨주시는 거죠?

마지막으로 (정)우람아! 2009년 너랑 나랑 불펜투수로 각각 좌우에서 함께 몸을 풀던 기억이 나는구나. 네가 동생이지만 마운드 위에서는 항상 형처럼 느껴졌어. 어쩜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지…. 작년 늦가을. 네가 우리 부대로 전해줬던 얘기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형. 우리 우승했어요. 그런데 이 자리에 형이 없네요.”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넌 워낙 잘 하니까,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고 80%만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던지면 될 것 같아. 내년에는 꼭 가을에 함께 그라운드를 밟았으면 좋겠다. 챔피언 SK 파이팅!

정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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