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사자’ 정인욱을 키운건 오치아이의 채찍

입력 2011-1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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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정인욱. 스포츠동아DB

■ KS서 얻은 보물 ‘정인욱 스토리’

삼성 차세대 에이스, 매년 초고속 성장
투수코치 특별관리 속 벌써 훈련 돌입


정인욱(21·사진)은 삼성이 올시즌 얻은 보물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아픈 기억이 있지만(플레이오프 3차전 2점차로 앞선 연장 11회말 3안타 2사사구 3실점으로 역전패 단초 제공) 올 한국시리즈(KS)에서 스스로 상처를 치유했다. 3차전에서 2이닝 1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고 4차전에서는 3점홈런을 맞고도 생애 첫 KS 1승을 거뒀다.

정인욱은 대구고 1학년까지 내야수였다. 그러나 그해 겨울 투수 전향을 위해 코치를 찾아갔고, 마침 코치도 그에게 투수를 제안했다. 그렇게 시작된 마운드 생활. 처음에는 연습경기에만 나갔지만 어느날부터 패전처리로 투입됐고 점차 중심투수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투수가 하고 싶은 이유는 한 가지였다. “투수가 볼을 던져야 야구가 시작되잖아요.” 운동선수로는 작은 키에 마른 몸매, 근육량도 적었지만 하늘은 투수를 하고 싶은 유망주를 도왔다. 174cm에 불과하던 키가 2년 사이 182cm까지 컸고, 프로에 들어온 후 4cm가 더 자랐다. 타고난 유연성에,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구속은 매년 3∼4km씩 늘었다. 게다가 낙천적인 성격까지 갖추고 있어 ‘선발’감으로 손색이 없었다. 선동열 전 감독이 “현역 때 나보다 더 유연하다. 뛰어난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극찬한 이유다.

이 뿐만 아니다. 1군 경험이 쌓이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의 눈부신 발전은 삼성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오치아이 코치는 “삼성 투수진은 최고지만 젊은 투수들이 없다. 내가 차우찬과 정인욱에게 엄격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류중일 감독도 정인욱을 특별관리명단에 넣었다. 시리즈 후 다른 선수들에게는 5일까지 휴식을 줬지만 정인욱 만큼은 3일부터 훈련할 것을 명령했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의미.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코치님이 유독 저에게만 일부러 더 크게 뭐라고 하실 때가 있어요.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야단도 많이 맞고요. 하지만 저를 위해서라는 걸 알아요.” 각오도 다부지다. 투수왕국에서 선발진의 한 축을 맡는 것이다. “코치님이 아시아시리즈 가기 전 13일 동안 볼 3000개 던지면 선발 시켜주신대요. 한 번 해보려고요.” 그는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었지만 눈빛에서 묻어나는 진지함에서 삼성 마운드의 밝은 내일을 봤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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