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주무기가 커터라는데”…전문가들이 본 커터의 매력과 위험성

입력 2012-01-06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화 박찬호가 국내무대 데뷔를 앞두고 주무기로 택한 컷패스트볼이 화제다. 그러나 매력적인 만큼 치명적인 위험성이 내재돼 있어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스포츠동아DB

밋밋한 커터, 장타 맞기 십상 홈플레이트에서 춤춰야 마구!


장점-포심과 궤적 같아 타자 속이기 쉬워
단점-각도 밋밋하면 130km대 평범한 공

구속 늘리고 투구폼 일정해야 위력 발휘

2011년이 포크볼이었다면 2012년은 컷패스트볼이다. 일명 ‘커터’로 불리는 이 구종은 우투수의 기준으로 홈플레이트에서 우타자의 바깥쪽, 좌타자의 몸쪽으로 살짝 꺾이는 궤적을 형성한다.

직구와 투구폼이 같고 슬라이더보다 변화각은 작지만 구속이 빨라 위력적이다. 특히 한국리그로 돌아온 한화 박찬호가 커터를 주무기로 공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커터를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위험한 구종’이라고 한다. 왜일까?


● 컷패스트볼의 달인

커터는 뉴욕 양키스의 최정상급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의 주무기로 유명하다. 포심패스트볼(이하 포심) 다음으로 커터 사용 비율이 많은 넥센 손승락은 “리베라의 커터는 자신이 의도한 곳에 정확히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뛰어나다”며 “무엇보다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궤적을 그리다가 홈플레이트에서 안쪽으로 걸치는 이른바 ‘백도어형 커터’까지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국내 투수들 중 커터를 제대로 구사하는 투수로 두산 김선우를 꼽았다. 김선우도 “개인적으로 슬라이더가 밋밋하기 때문에 대신 구속이 빠르면서 홈플레이트에서 각이 형성되는 커터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며 “우타자 바깥쪽, 좌타자 몸쪽으로 휘기 때문에 땅볼유도에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 컷패스트볼의 매력

KIA 양현종은 2011 광저우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에서 넥센 김시진 감독(당시 대표팀 투수코치)에게 커터를 빠른 시간에 배워 화제를 모았다. 김 감독은 “검지와 중지를 비틀며 던지지 말고 엄지만 앞으로 당기고 포심을 던질 때와 똑같이 던져봐라”고 주문했고, 양현종은 단 10분 만에 구종을 장착했다. 커터는 우투수가 좌타자를 상대하는데 있어 가장 유용한 구종으로 꼽힌다. 매력은 타자들을 속이기 좋다는 점. 포심과 팔스윙, 궤적이 같기 때문에 타자들은 직구타이밍으로 배트를 휘두르지만 홈플레이트에서 살짝 변화해 방망이 중심에서 빗겨난다. 맞더라도 땅볼이 되는 비율이 높은 이유다.


● 컷패스트볼의 위험성

그러나 정 코치는 “모든 변화구가 그렇지만 커터는 특히 밋밋하게 들어갈 경우 장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양상문 스포츠동아 해설위원도 “145km의 공을 던지는 투수라고 했을 때 커터는 구속이 최소 4km에서 7km까지 감소한다”며 “홈플레이트에서 꺾인다는 것은 타자 앞에서 공의 힘이 떨어진다는 얘기인데 각도가 예리하지 않다면 130km대의 볼끝이 없는 직구와 다름이 없다. 맞으면 바로 장타로 연결된다. 던지기도 어렵지만 실전에서 사용하기 위험한 구종”이라고 거들었다.

자칫 투구폼도 망가질 수 있다. 칸베 토시오 전 KIA 투수코치는 “변화구처럼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의 스윙에서 나오는 게 아닌, 직구를 던지는 팔스윙에서 나오는 같은 패스트볼”이라며 “던지는 선수의 투구폼이 정착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커터를 던지게 되면 포심 밸런스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시진 감독 역시 “커터를 많이 던지게 되면 공의 비틀림을 형성하기 위해 팔꿈치(타점)가 내려가게 돼있다”며 “그렇게 되면 오버핸드로 던져야 하는 포심의 회전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을 잘 인지한 상태에서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커터의 궤적




● 컷패스트볼을 잘 던지려면?


그렇다면 커터를 잘 던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선우는 “처음에는 내 커터도 슬라이더처럼 각이 크게 휘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실전에서 꾸준히 사용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타이밍에서 공을 놓고 어느 손가락에 어떻게 힘을 줘야할지 감이 왔다”고 말했다. 비결은 “직구처럼 던지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양 위원은 “김선우의 커터가 위력적인 것은 일정한 투구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서클체인지업이 좋은 것과 일맥상통한 얘기”라며 “대개 폼이 형성 안된 투수들은 공에 변화를 주기 위해 몸 자체를 바꾸는 경향이 있다. 이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코치는 “커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심과 스피드차”라며 “대개 3km에서 7km까지 차이가 나는데 5km내로 구속차를 줄여야 위력이 배가 된다”고 전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