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이 만난 사람] 이용수 “박지성 대표팀 복귀 반대…왜냐고?”

입력 2012-01-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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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당시 기술위원장으로 4강 신화에 기여한 이용수 KBS해설위원이 한국축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그는 최강희 대표팀 감독에게 열린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트위터@beanjjun

현재 한국축구 100점 만점에 80점
협회 저변확대·기술발전에 투자를
최강희 감독 귀 많이 열어야 성공
독자 여러분은 2002월드컵하면 누굴 먼저 떠올리십니까. 히딩크, 홍명보, 박지성, 이영표, 황선홍, 안정환, 설기현. 누굴 찍어도 일 리가 있다. 그들 모두는 최고였으니까. 최고 감독, 최고 선수를 향해 함성을 내질렀던 그 날 그 순간이 어느 새 10년 전의 일이 돼버렸다.

기자는 선수단 이외에 한사람을 꼽으라면 당시 기술위원장이었던 이용수(53·세종대 교수) KBS해설위원을 꼽고 싶다. 히딩크 감독과의 환상적인 호흡이 4강 신화에 한몫했기 때문이다. 한국축구, 아니 한국체육사에 영원히 남을 2002월드컵 10주년을 맞아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한국축구의 현재의 위상과 나아갈 길에 대해 이 위원에게 물었다.


○2002월드컵의 추억



-2002년 기술위원장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예선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다. 그 전까지 우리가 1승1무로 조 1위였다. 만약 포르투갈에 지고 미국이 폴란드 이기면 우리는 조 3위로 16강 탈락이다. 당시 2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10개 경기장을 새로 짓고 공동개최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떨어지고 일본이 16강에 오르면 어떻게 되나. 한일월드컵이 아닌 일본월드컵으로 기억에 남을 것 아닌가. 16강에 올라간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국축구 현재를 말하다



-현재의 한국축구는 몇 점을 줄 수 있나.

“80점정도. 2002년이 토대가 돼 한 단계 더 발전한 부분이 있다. 지금 상황에서 썩 나쁜 것은 아니다. 물론 조금 더 발전해야 하는 부분은 있지만. 대표팀 경기력, 협회의 재정능력 등을 다 합하면 80점은 줄 수 있다.”


-그러나 협회 행정은 좋은 점수를 주기가 힘들지 않나.

“그 부분이 조금 아쉽다. 협회는 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정리하고 끌고 나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조그만 회사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R&D(연구개발) 분야다. 예산이 100억이면 R&D에 10%는 투자해야 한다. 축구에서 R&D는 저변이고 또 하나는 기술 발전이다. 저변은 어린 아이들이 축구를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축구의 기술적인 부분 향상이다. 협회 예산이 1000억이면 100억을 떼 내 50억은 저변, 50억은 기술 향상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이게 바로 비전이다. 협회가 행정면에서 이런 일들을 해 나가야 한다. 이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협회 차원에서 해야 한다.”


-최근 감독 경질과 선임 때문에 말이 많았다.

“감독은 경질할 수 있다. 결과에 책임지는 게 감독이다. 다만 경질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지고, 협회는 책임을 안 나눈다. 이번처럼 내 몰아치며 경질하는 건 아니다 싶다. 기술위에서 적어도 ‘우리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분석해보니 안타깝지만 다른 감독으로 바꿔야겠다’고 하면서 악수하고 보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감독 선임에 관해서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2014년 본선이냐, 최종예선이냐,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기술위의 위상과 협회 수뇌부의 월권에 대해서는.

“기술위는 기구 조직도 안에 없는 조직이다. 처음부터 목표가 독립성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기술위의 단점은 재정까지 갖지 못한 점이다. 아주 중요한 결정을 하지만 추천만 하는 형태다. 반대로 장점은 협회의 기구조직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의 구조는 기술위원장이 기술교육국장 겸임인데 국장은 기구 조직도 안에 있는 사람 아니냐. 회장단이 지시를 하면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구조적으로 위원회를 만들어 실행하고자하는 참뜻을 훼손할 수 있다. 기술위는 축구인의 꽃이고 가장 축구를 잘 아는 사람이 일할 수 있는 곳이다. 이게 몇몇 사람들의 생각으로 결정이 된다면 안 된다.”


○국가대표팀의 미래

-경기에 뛰지 못하는 해외파가 걱정인데.


“중요한 것은 축구선수는 경기에 계속 뛰는 것이다. 시즌이 시작돼서 경기 진행이 되면 경기 뛰는 선수 위주로 사이클이 운용된다. 그 사이클 안에 참여하면 컨디션이나 감각이 유지가 된다. 어쩌다가 한 경기 들어가서 유지한다는 게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를 뛰는 것이다. 그게 안 되면 이적 등도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경기에 뛰지 못하는 박주영을 쿠웨이트전에 불러야 하나.


“경기를 뛰고 안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의 개인기량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주영이 현재 못 뛰지만 대표팀에 포함되지 못할 정도인가를 살펴야한다. 최강희 감독의 고민은 박주영을 어떻게 활용할 건가에 맞춰져야 한다. 소속 팀 경기에서 못 뛴다는 기준 하나만 갖고 대표 발탁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 그 외에 다른 변수들도 복합적으로 생각을 해야 한다.”


-박지성이 복귀해야한다는 말이 많다.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가면 박지성을 부르는 게 정답일까.


“저는 개인적으로 대표팀을 은퇴한 박지성이 복귀하는 것을 반대한다. 만약에 복귀한다면 차라리 본선보다는 최종 예선 등 어려운 시기에 박지성의 경험을 살려야하고, 본선 가서는 후배에게 길을 내주는 것이 맞다. 굳이 복귀한다면 하는 이야기다.”


-최강희 감독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개인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한다. 본인의 생각만 가지고 일 하는 것도 좋지만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으면 한다. 대표팀 안에 모여 그 사람들끼리만 일하면 바깥에서 볼 때 보탬이 안 되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이용수 위원은?

○생년월일 : 1959. 12. 27(서울)
○출신교 : 서울체고-서울대-서울대대학원 석사-오리건주립대대학원 박사
○경력 : 1990∼1993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체육학과 교수 /1993∼현재 세종대 체육학과 교수 /2000∼2002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위원장

[스포츠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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