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탐구] 차우찬, 직구·슬라이더 말고 ‘멋진 놈’ 하나 더!

입력 2012-0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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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 않은 2군 생활은 성장 동력이 됐다. 심리적, 기술적으로 좀 더 완성도를 높인다면 삼성 차우찬의 가치는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그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투수다. 스포츠동아DB

삼성 좌완 에이스 차우찬

던질수록 구위 더 강해지는 신비의 마구
하지만, 1회부터 타자 압도해야 에이스
구종 늘리고 투구 밸런스를 가다듬어라!

140km대 중반 빠른공 주무기 가졌지만
투구폼 엉성할 땐 제구력에 문제점 노출
역대 한국시리즈 우승팀 중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완벽한 시리즈가 2011년 삼성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이었던 매티스 다음으로 차우찬 카드를 내밀었고, 결과적으로 류 감독의 기막힌 투수 기용이 삼성의 완벽한 우승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현장에서 잠시 물러난 후 해설위원으로 데뷔한 2006년, 공교롭게도 첫 중계방송이 대구 삼성경기였다. 그날 아주 앳돼 보이는 좌투수가 던지는 모습을 처음 봤다. 고교시절(군산상고)부터 제구력이 괜찮았고, 무엇보다 게임을 스스로 만들어 갈 줄 안다는 평을 들었던 신인 차우찬이었다. 하지만 그날 기억을 되살리면 차우찬은 몸이 가냘프고, 스피드도 좋지 않았고, 제구력도 그다지 뛰어나 보이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폼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우찬은 2006년 입단 후 2008년까지 세 시즌을 거의 경산 2군 훈련장에서 보냈다. 이 때가 힘든 시기다. 특히 차우찬은 그 당시 팔스윙에 문제가 있었다. 투수는 두 손을 모았다가 분리하는 시점에서 동작이 이루어지는데 테이크백에서 파워포지션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깨 문제가 발생했다. 공을 던지기 위해 팔을 돌리는 상체가 원활하지 못했다. 이런 문제까지 발견된 신인 유망주 선수가 정말 많은 훈련을 거듭하면서 최강 투수력을 갖춘 우승팀 삼성 마운드의 한축을 담당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투수는 공을 던져야 행복하다. 마음껏 강하게 던지고 싶은데 어디가 아프거나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그리고 공을 던지려는 순간 팔꿈치나 어깨에 통증이 오면 그 자리에서 멈추게 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차우찬이 묵묵히 2군 투수코치와 대화하면서 부족하고 모자란 점을 훈련으로 극복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데뷔 때와 달리 최근의 몸을 보면 훈련을 통해 다져진 몸매, 근력이 발단된 몸매라는 것을 곧 알아차릴 수 있다.



○기술·기량적인 측면


차우찬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이렇게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들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스피드(구속)가 떨어지는 것을 굉장히 창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그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스피드에 대한 스트레스를 안고 있다. 구속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남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계속 강한 투구를 하게 마련이다.

머리 속에서 빠른 공만 생각하듯, 언제나 강하게만 던지려는 습관도 가지고 있다. 보통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제구력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이유가 밑바탕에 깔려있는 건 아닌지 추측하고 있다. 이럴 때 생기는 현상이 상체, 즉 팔로만 던지는 투구폼이 만들어지고, 결국은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져 제구가 흔들리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보통 공을 던지는 순간, 체중이동을 하라고 한다. 왼쪽 다리의 힘, 왼쪽 허리쪽의 회전력 등을 임팩트 순간과 동시에 포수쪽으로 전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상체, 특히 팔만 포수쪽으로 강하게 뻗게 되는 동작을 한다. 이 순간 엉덩이는 정말 엉거주춤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투구리듬과 전체적인 연결동작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사실 비전문가라고 해도 중간중간에 끊어지는 듯한 자세와 리드감있는 자세를 구분할 수 있다. 어쩌면 아직도 차우찬은 어깨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부상은 아니지만, 본인이 뭔가 꺼림칙하게 조금 남아있다고 생각하는 무엇 때문에 전체적인 리듬이 흔들릴 수 있다. 자연스럽지 못한 투구폼은 자칫 큰 부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차우찬의 투구폼 중에서 유심히 지켜봐야할 것이 글러브를 낀 손이다. 목표점을 만드는 역할, 좀 더 강한 회전력을 만드는 역할, 그리고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벽이 되어주는 동작까지, 해야 할 일이 많음에도 차우찬의 오른손은 그 역할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단지 공을 잡는 도구의 개념일 뿐, 투구를 하는데 유용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성격 그리고 집념

차우찬은 평소 야구장에서 만나도 쑥스러운 웃음만 짓고, 별다른 말이나 제스처를 하지 않는다. 어쨌든 굉장히 조용하고 표현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내성적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만 열심히 소화하는 사람이 의외로 성격이 강한 것을 그동안 많이 봐왔다.

입단 후 힘든 시간, 고통의 시간을 잘 이겨낸 것으로 볼 때 절대 약한 선수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새가슴이란 좋지 않은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그것은 심리적인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문제였을 것이다. 평소 140km대 중반의 구속을 기록하다가 경기만 들어가면 130km대 후반으로 떨어졌던 것은 팔스윙에 문제가 있었던 것 뿐이다. 제구가 흔들리게 되면 어느 누구도 자신감 있는 투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투수들에게 가장 모욕적인 ‘새가슴’이란 말은 이제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우찬은 신체 운동 능력이 아주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 받는다. 기본적으로 우월한 체력에 성실성까지 겸비했으니 3년간의 2군 생활이 보약이 될 수 있었다고 본다. 천부적인 소질보다는 성실하게 노력하고 앞만 보고 달리는 선수가 ‘굵고 긴’선수 생활을 한다는 진리를 또 한번 확인시켜주길 기대한다.

○결론

차우찬은 선발 투수로서 앞으로 더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충분한 자질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초반 구위보다 후반 구위가 더 좋다. 즉, 다른 투수와 달리 던지면 던질수록 위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더 좋아진다. 물론 1회 첫 타자부터 좋은 볼을 던지면 더욱 좋겠지만 하여튼 장점이 분명히 있는 선발 투수다. 이렇게 구위가 떨어지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면 평균 투구이닝도 덩달아 오래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 스트라이크 비율도 좋은 편이고, 헛스윙률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러나 선발 투수로서 구종이 다양하지 못하다. 아직은 힘이 있는 직구와 슬라이더로도 승부가 되겠지만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는 구종이 하나 정도는 더 있었으면 좋겠다. 차우찬은 2010년, 126.1이닝 동안 피홈런이 겨우 5개, 9이닝당 0.36개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는 148.2이닝을 던져 피홈런이 무려 22개나 됐다. 이런 결과도 너무 단조로운 구종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2년 연속 10승 투수가 됐고, 한국시리즈 2승 투수가 되면서 화려한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올시즌이 좀 더 힘든 시즌이 될 수도 있고, 확실한 에이스로서 자리매김하는 시즌이 될 수도 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지금보다 안정감있는 투구를 하면서 한 해를 보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했던 노력의 두 배를 해야하고, 투구폼의 밸런스를 확실히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7개 구단 타자들도 이제는 차우찬의 빠른 투구에 적응되어 있다. 이제는 더 정교해져야 하고, 다른 무엇인가가 새롭게 장착돼야 한다. 차우찬은 올시즌을 대비해 지난해보다 훈련을 빨리 시작했고, 작년 캠프에서 던졌던 공(1500개) 이상의 볼을 던지려는 계획도 하고 있다. 차우찬은 도루허용률이 가장 낮고, 수비능력 또한 우수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한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볼을 던지면 던질수록 좋아진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피해야할 습관일 수도 있다. 쓸데없이 많은 공을 던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공을 아껴 선수생활을 1년, 2년이라도 더 길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삼성 차우찬


▲생년월일=1987년 5월 31일


▲출신교=군산초∼군산남중∼군산상고


▲키·몸무게=185cm·80kg(좌투좌타)


▲프로 입단
=2006 신인 드래프트 삼성 2차 1번(전체 7순위) 지명·입단


▲2011년 성적=24경기(148.2이닝 114탈삼진) 10승6패 방어율 3.69


▲2011년 연봉=1억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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