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고리 ‘브로커’, 그들은 누구인가?

입력 2012-02-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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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들이 한국 프로 스포츠를 뒤흔들고 있다. 브로커들은 다양한 인맥과 검은 돈으로 프로 선수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대부분 전·현직 선수들
1건당 5000만원 검은돈

선후배 관계 이용 수십명 선수들 포섭
조폭·전주들이 만든 베팅사이트 연계
최초 가담 선수 타 종목 선수에 소개도


작년 프로축구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었던 그 이름 ‘브로커’. 그 브로커가 다시 등장했다. 올 초 프로배구를 집어 삼키더니, 이젠 프로야구와 프로농구에도 마수를 뻗친 것으로 전해진다.

13일 저녁 불법 베팅에 연루된 브로커의 한 마디에 한국 프로 스포츠가 휘청거렸다. 승부조작의 핵심 고리는 브로커다. 조직폭력배와 연계돼 있고, 여기에 사채까지 등장한다. 한국 스포츠를 좀먹고 있는 브로커의 세계를 해부해본다.


○브로커의 역할

불법 스포츠 베팅에는 늘 브로커가 중간 고리 역할을 한다. 이들의 주 임무는 베팅 참여자를 끌어들이는 일. 해당 게임을 만들고, 자금을 투입하는 불법 베팅 업자(주로 조폭과 사채업자)와 연결이 된 브로커는 적게는 한 명, 많게는 수 십 명을 어두운 세상으로 끌어들인다. 대개가 전·현직 선수들이 브로커를 맡고 있다.

위계질서가 뚜렷한 스포츠계 생리상 선후배 관계로 얽힌 선수들은 불법 행위에 가담할 수밖에 없다. 한 번 발을 디디면 전주와 연계된 조폭 등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또 다시 나쁜 짓을 하는 악순환이다. 브로커는 문어발처럼 동료들을 대거 꼬드기는 경우가 많다. 포섭된 동료가 다른 동료를 끌어들이면 삽시간에 가담 인원들이 늘어난다. 검찰 수사가 계속될수록 혐의자들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

특정 종목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브로커는 최초 가담 선수를 타 종목 선수에게 소개해준다. 이들이 검은 돈으로 얽히게 되면 불법 행위 대상 종목은 늘어난다.




○조폭과 사채

브로커 중 간혹 일반인들이 나올 때도 있다. 작년 프로축구에서는 검찰에 체포된 이들 중 몇몇은 전혀 생각지 못한 직종의 인물들이었다. 유흥주점 여성 종업원도 있었고, 실업축구에서 뛴 대학원생도 있었다.

불법 베팅을 하려면 역시 자금이 필요하다. 사채와 빚, 이를 조용히 해결할 ‘주먹’ 조직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불법 베팅에 관여하는 조직이 전국적으로 4∼5개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소규모 조직까지 합치면 숫자는 늘어난다. 결국 조폭과 전주들이 베팅 사이트를 만들고, 게임을 기획하면 브로커가 인맥을 총동원해 완료되는 연결고리다. 수고비는 대개 행위 기여도에 따라 나뉘는데, 1인당 3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받았다고 전해진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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