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경기조작 일파만파] 혼란 부추기는 ‘허위 제보’ 경계령

전직 야구선수 사칭 승부조작 주장…KBO 수사 의뢰

프로야구가 경기상황 조작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유명한 전직 야구선수를 사칭해 언론에 허위 사실을 알리는 제보자까지 등장해 파문이 더 커질 뻔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5일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를 사칭해 일부 언론사에 허위 사실을 알린 익명의 제보자에 대한 수사를 서울 수서경찰서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 제보자는 자신을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 J씨라고 주장하면서 이날 오전 한 방송사를 비롯한 여러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보자는 특히 “프로야구 경기 조작에 오래전부터 조직 폭력배가 개입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이 끝난 정규시즌 후반에 선수와 코치가 짜고 수비에서 일부러 알까기(공을 뒤로 빠뜨리는 것) 등을 하면서 승부를 조작했다”는 식의 충격적인 내용을 사실인 듯 포장해 물의를 빚었다. 또 조작 플레이에 따른 구체적인 액수와 폭력 조직의 이름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KBO가 직접 J씨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이 제보자는 J씨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제보자와 달리 서울 출신 J씨는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는 점도 꼬리를 밟힌 빌미가 됐다. 당연히 그가 말한 내용 역시 사실과는 거리가 멀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 인물은 언론사에 제보할 때 쓴 휴대전화 번호로 KBO 사무실에도 전화를 걸어 고위 공무원을 사칭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KBO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야구팬들에게 우려와 실망을 안긴 인물이라 수사를 요청했다”면서 “앞으로도 근거 없는 의혹을 퍼뜨리는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