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배구도 승부조작…흥국생명 주전 2명 소환

입력 2012-02-1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흥국생명 선수들이 소속 선수의 승부조작 가담 혐의가 밝혀진 16일, 현대건설과의 경기를 끝낸 뒤 관중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있다. 수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센터·리베로 2명 검찰 조사 받고 복귀
“2010∼2011시즌 불법행위 가담 인정”
브로커에 500만원씩 받고 승부조작
여자배구 안전하다던 배구계 초상집


소문은 사실이었다. 여자프로배구에서도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소문이 최근 급속히 퍼진 가운데 16일 사실로 확인됐다. 대구지검 강력부(조호경 부장검사)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가 있는 여자배구선수 2명을 소환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소환조사를 받은 선수는 흥국생명 센터 A와 리베로 B로, 이들은 전날(15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밤늦게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팀 숙소로 돌아왔다. 두 선수는 브로커로부터 각각 500만 원씩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사안이 남자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대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불구속 수사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폭탄 맞은 흥국생명

A와 B는 검찰 조사에서 2010∼2011시즌 V리그 경기 때 불법 행위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 발표가 나온 시점은 이날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V리그 여자부 경기 직전이었다. 흥국생명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체육관에 일찍 도착했던 흥국생명 선수들은 보도가 나오자 서둘러 선수 대기실로 돌아갔다가 한참 뒤에야 조용히 코트로 나왔다. 파이팅 외침은 들을 수 없었고, 얼굴에도 그늘이 가득했다.

A와 B는 동료들과 체육관을 찾았다가 검찰 브리핑이 이뤄지자 황급히 숙소로 되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체육관에 온 정확한 이유는 전해지지 않았다. V리그 출전 엔트리 제출은 경기 시작 40분 전 이뤄지기 때문에 만약 이들이 코트에 서려고 했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검찰 브리핑이 나오자 “흥국생명에서 소환 조사 사실을 확인했고, 이번 경기부터 둘에 대해 출전 제한 조치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날 체육관에는 흥국생명 관계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흥국생명 차해원 감독은 “둘이 어제 검찰 조사를 받고 왔을 때부터 출전시키지 않으려 했다”고 했으나 동행 이유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았다. 흥국생명 주장 김사니는 “(체육관에) 온 건 경기를 뛰러 온 거겠지만 왜 돌아갔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배구계 “올 것이 왔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자 배구계는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간 승부조작은 남자 종목에만 국한된 것으로 여겨왔다. 특히 여자배구는 승부조작의 온상으로 드러난 군 팀 상무가 없다는 점 때문에 숱한 루머에도 불구하고 “안전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아울러 각 구단들이 설문이나 개별 면담 등 여러 차례 자체 조사를 하고 내린 결론은 “여자배구는 (불법 행위가)없었다”였다.

차해원 감독은 최근 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A, B의 실명을 거론하며 “우리 팀 얘기가 나오는 걸 아는데, 결코 그런 일은 없다”며 강한 신뢰를 드러낸 바 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둘 중 한 명은 혈서까지 쓰겠다며 결백을 강하게 주장했다”고도 전했다. 그랬던 이들이 정작 검찰 조사에서는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흥국생명과 경기를 한 현대건설 관계자는 ▲갑작스런 부상 ▲급격한 범실 증가 ▲컨디션 난조 ▲남자 선수들과 의 친분까지 꺼내 선수들과 면담을 했지만 뚜렷한 정황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현대건설 황현주 감독은 “이젠 ‘절대 없다’란 말은 못 하겠고, 현재까진 없다”며 씁쓸해했다. 배구인들은 여자배구도 남자부와 비슷한 형태로 불법 행위가 이뤄졌다고 본다. ‘○세트 첫 득점자’ ‘○세트 서브 미스 ○개’ ‘○세트 첫 블로킹 실패’ 등이 조작 방식으로 전해진다.

여기에서 끝날 것인가. 흥국생명에만 불법 행위가 국한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 역시 “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다른 여자 선수들도 계속 조사하겠다”고 발표해 추가 소환 가능성을 열어뒀다. 실제로 A, B 외에도 소문이 나돌고 있는 선수는 여럿이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