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조작 수사확대 없다”…검찰은 왜?

입력 2012-03-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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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왼쪽)-김성현(오른쪽). 스포츠동아DB

브로커 대거 도피…추가 연결고리 못찾아
굵직한 사건·총선정국 등 수사력도 한계
“확실한 단서·정황 포착 부분만 집중수사”


칼을 뽑아 든 검찰이 막상 휘두르는 것은 주저하고 있다.

박은석 대구지방검찰청 2차장검사는 5일 오후 2시 정례브리핑을 열고 “프로야구 경기조작 수사를 전 구단으로 확대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대구지검은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프로배구 승부조작 수사에 대해선 “전주(錢主)와 브로커를 중심으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전주와 브로커를 이번 기회에 발본색원하지 않으면 또 다른 선수들이 승부조작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온도차가 너무 난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했던 취재진 중 한 명이 “프로야구에서도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느냐”고 물을 정도였다. 지난달 17일 프로야구 경기조작 수사 착수 선언 이후 입건된 브로커와 현역 선수는 3명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검찰이 프로야구에 대해 발본색원의 칼을 선뜻 겨누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프로배구 승부조작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대구지검에선 취재진에 엠바고(보도 유예)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런데 엠바고가 깨졌고 핵심 브로커 강 모씨의 구속 사실이 보도됐다. 강 씨는 프로배구와 프로야구 경기조작에 모두 관련된 인물이다. 이후 이 사실을 알게 된 브로커들이 대거 잠적하거나 해외로 도피한 정황이 있다. 추가의 연결고리를 더 파헤치기 어려운 이유다.

수사력의 한계도 지적된다. 대구지검 강력부의 검사는 부장을 포함해 4명이다. 그 중 한 명이 이 사건의 주임검사를 맡아 수사를 책임지고 있다. 수사를 확대하려면 인원을 충원해야 하는데, 최근 대구에선 주성영 의원 사건, 김태촌 사건 등 검찰의 수사를 필요로 하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총선을 앞둔 정국에서 프로야구 경기조작 사건에 마냥 수사력을 집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 차장검사도 줄곧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확실한 단서와 정황을 포착한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경기조작 수사는 이대로 막을 내리는 것일까. 박 차장검사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5일까지 자진신고를 받겠다고 통보해왔다. 이후 KBO와 협의할 것이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경기단체의 자정능력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경기조작 혐의를 인정할만한 뚜렷한 단서를 발견하면 수사를 확대한다”고 단서를 달기도 했다. 아직까지 수사 확대의 가능성은 열려 있는 셈이다.

대구|정도원 기자 united9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united97in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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