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INTERVIEW] 이용훈 “내 슬라이더엔 선배들의 혼이 담겼다”

입력 2012-05-2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롯데 이용훈은 지금 에이스 같은 5선발이다. 이용훈은 “그동안 비운의 투수인줄 알았는데 선수생활 말년에 운이 몰려서 오는 것 같다”고 웃었다. 스포츠동아DB

염종석 손민한 최향남…작년 2군서 만난 은인들
변화구 기술 전수 받고 매일 수백개 피나는 연습


올시즌 확 달라진 모습으로 5승…다승 공동선두
작년 퍼펙트게임? 마음 비웠더니 행운 찾아왔죠


롯데 이용훈은 최강 5선발이다. 올 시즌 벌써 5승을 올렸다. 9경기에 등판해 5승1세이브를 기록했고, 방어율도 2.45로 수준급이다. 선발로 등판한 4경기에선 더욱 위력적이었다. 4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했고, 방어율은 1.38이다. 특이 팀이 4연패에 빠졌을 때 선발로 나서 2차례나 팀을 연패에서 구해냈다. 그는 지난 2년간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니퍼트(두산), 나이트(넥센), 주키치(LG), 탈보트(삼성) 등 4명의 외국인 투수와 함께 당당히 다승 공동 1위다. 서른여섯 살의 나이에 뒤늦게 야구를 알게 됐다고 했다. 롯데의 최강 5선발 이용훈을 만났다.


○초반 3경기 3연승! 행운이 따른다!


-벌써 5승이다.

“운이 따르는 것 같아요. 초반 3경기에 나가 모두 승리투수가 됐죠. 구원승 두 번, 선발승 한 번. 첫 등판은 한화전이었는데 1-5로 질 때 나갔어요. 제가 나가자마자 7점을 뽑아 역전을 시켰어요. 세 번째 경기 삼성전은 더 극적이었죠. 0-2로 질 때 8회에 나가 아웃카운트 하나 잡고 승리투수가 됐어요. 9회초에 글쎄 오승환을 상대로 6점을 뽑더라고요.”


-그저 운만은 아닌 것 같다. 팀이 4연패 중일 때 두 번이나 구했잖아?

“한 시즌 하다보면 연패는 어느 팀에게나 있잖아요. 저는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꼭 이겨서 연패를 끊자’, 이런 생각은 안했고요. 오늘 경기는 내가 선발이니까, 내 경기니까 최대한 집중하자고 생각했죠.”


-올해는 구종이 다양해진 것 같다.

“지난해까지는 제가 직구와 커브를 많이 던졌어요. 직구로 타자를 이겨야 좋은 투수고, 멋진 투수라고 생각했죠. 올해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어 던져요. 이용훈 만나면 직구만 노리면 됐는데, 이젠 여러 가지 변화구를 던지니까 그게 잘 먹힌 것 같아요.”


-그동안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거의 안 던진 건가?

“던지긴 했는데 흉내만 내는 정도였죠. 결정적인 순간에는 못 던졌어요. 이젠 10개 던지면 7개 정도는 스트라이크가 들어갑니다.”


○LG전의 아픈 추억! 결과적으로 되살아난 계기!


-올해 완벽하게 변신한데는 어떤 계기가 있을 것 같다.


“지난해 4월 17일 잠실 LG전에 선발로 나갔어요. 퓨처스(2군)리그 개막전에서 승리투수가 되고 기분 좋게 (1군에) 합류했는데, 그날 1회를 못 던지고 내려왔어요. 6안타 맞고 4실점했죠. 곧바로 2군으로 내려갔어요.”


-충격이었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난타를 당했어요. 마음도 아프고 힘들었죠. 근데 그 경기가 저에게 좋은 스승이 됐어요.”


-어떤 이유인가?

“저를 처음 돌아다볼 수 있게 됐어요. ‘이용훈! 너는 이것밖에 안되는 선수인가? 이게 전부인가?’, 그리고 왜 안 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죠.”


-어떤 답을 얻었나?

“13년 동안 저는 직구와 커브만 던졌어요. 요즘 직구와 커브, 두 가지로 야구하는 투수가 어디 있어요? 구종이 얼마나 다양하고 타자들이 얼마나 강한데…. 젊었을 때 제가 150km 던졌잖아요. 직구에 대한 환상에서 못 벗어난 거죠.”


-직구는 의존도가 많이 약해진 건가?

“스프링캠프 때 감독님이 ‘용훈아! 피하지 말고 직구 많이 던져!’ 하셨어요. 아직 네 직구 쓸만하다면서…. 변화구가 되니까 직구에 대한 믿음은 더 살아났어요.”


○상동의 고마운 선배들!

-지난해는 대부분을 2군에서 머물렀다.


“서른네 살, 서른다섯 살에 10년 후배들과 2군생활 하는게 쉽지는 않았죠. 근데 저는 저를 도와준 선배들이 너무 많았어요.”


-선배들이 많았다?

“박정태 2군 감독께서 항상 저를 신경 써주셨고, 염종석 투수코치도 용기를 심어주셨죠. 또 재활 중이던 (손)민한이 형, (최)향남이 형에게 큰 도움도 받고요. 형들에게서 기술적으로, 멘탈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어떻게 만든 건가?

“많이 던졌어요. 던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잖아요. 상동에서 오전 9시 훈련 시작하면 저는 아침 7시에 나갔어요. 숙소에서 아침 먹고, 실내훈련장에서 매일 던졌죠. 2군에서 선발 등판하는 날도 오전에 100개를 던지고 나갔어요.”


-감각이 살아나던가?

“매일 수백 개를 그물망에다 던지면서 요령을 알았어요. ‘이렇게 던지면 어떨까?’, ‘이것도 괜찮다’, 간절한 마음으로 던지니까 또 되더라고요. 지금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모두 두 가지씩 던지죠.”


-변화구 던지는데 선배들의 도움도 많았다며?

“염종석, 손민한, 최향남! 떠오르는 것 없으세요? 슬라이더의 귀신들이잖아요. 형님들처럼 던지지는 못하지만 제 슬라이더에는 그래도 형님들의 마음이 담겨있어요.”


○퍼펙트게임! 그건 운이죠!

-지난해 퍼펙트게임을 했다.


“그건 운이죠. 모든 투수가 한번쯤은 퍼펙트를 꿈꾸지만 제가 할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어요.”


-퍼펙트게임이 가져다준 교훈도 있겠다.

“7회 정도에 후배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형! 퍼펙트 중인데 저는 신경이 많이 쓰이는데 형은 이어폰 끼고 게임 하는 사람 같아요.’”


-그만큼 여유가 있었다는 건가?

“꼭 이겨야 한다. 잘 던져야 한다. 항상 그랬는데…. 그런 점에서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지난해 스스로 한참 멀었다고 인정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새롭게 배워가고…, 그게 즐겁고…. 비우니까 다시 채워지더라고요.”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목표는 있는데 그건 시즌 끝나고 말씀드릴게요. 죄송합니다. 항상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에는 이치가 있다. 분명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세상의 이치대로 돌아갈 것이다.’ 제가 맡은 5선발 역할을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새로운 의욕이 막 생길 것 같다.

“다시 1군에 돌아왔다는 게 그저 행복하고 기쁩니다. 아들 준의가 다섯 살인데 아빠가 던지는 멋진 피칭을 꼭 한번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이 악물고 마흔 살까지는 1군에서 버텨야겠죠.”

롯데 이용훈(오른쪽)이 지난해 10월 사상 첫 퍼펙트게임(9월 17일 2군 한화전)을 달성한 공로를 인정받아 허운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왼쪽)에게서 특별상을 전달받고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롯데 이용훈?

▲생년월일=1977년 8월 24일
▲출신교=동삼초∼경남중∼부산공고∼경성대
▲키·몸무게=183cm·85kg(우투우타)
▲프로 지명 및 경력=1996신인드래프트 삼성 2차 5번(전체 17순위) 지명, 2000년 삼성∼2002년 SK∼2003년 롯데
▲2012년 성적=9경기, 5승1세이브, 방어율 2.45(33이닝 13탈삼진)
▲2012년 연봉=연봉 4500만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