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기관차 넥센, SK처럼 달릴까?

입력 2012-05-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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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유한준(61번)이 23일 잠실 LG전 6회 2사 1·3루서 상대 투수 최성훈의 3루 견제구가 뒤로 빠지는 사이 홈을 밟고는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hong927

20승 선착팀 PS 간 확률 93%…넥센의 앞길은?

5년연속 20승 선착 SK, 3차례 우승
작년 30승 선착 LG는 PS 4강 실패
연승 후유증 ‘불펜 과부하’ 극복 관건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다. 1년 전 이맘 때 순위표 바닥권에서 헤매던 사실을 떠올리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올해도 어김없이 ‘꼴찌 후보’ 중 한 팀으로 꼽혔던 넥센이 22일 잠실 LG전을 통해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시즌 20승 고지에 올랐다. 23일에도 이겨 창단 후 팀 최다연승 기록을 8로 늘리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SK의 길을 갈 것인가, LG의 길을 갈 것인가

지난해까지 한국프로야구 30시즌 동안 20승 선착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확률은 93.3%에 이른다. 1983년 삼미와 1999년 LG를 제외하고 모두 가을잔치에 초대됐다. 넥센이 최근 수년간 침체를 벗고 그토록 염원하던 포스트시즌 무대에 나설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만은 확실하다.

여기서 눈여겨볼 과거가 있다. SK와 LG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20승에 선착했던 SK는 5년 동안 매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3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반대로 1999년에 이미 한 차례 악몽을 겪었던 LG는 지난해의 경우 20승도 아닌 30승에 가장 먼저 오르고도 가을잔치에 나서지 못하는 낭패를 봤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30승을 가장 먼저 올리고도 4강에 오르지 못한 팀은 2011년 LG가 유일하다.


○연승 후유증과 위기 대처 능력은?

넥센 김시진 감독은 23일 “솔직히 우리 팀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말했다. 아직 가야할 길이 한참 남아있다는 얘기다. 또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탄탄한 전력을 자랑했던 SK와 2012년 넥센의 전력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넥센은 SK의 길을 갈까, 아니면 LG의 길을 갈까? 단기적으로는 ‘연승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고비가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승은 불펜의 과부하를 수반하게 돼 후유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연승기간 불펜 과부하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두세 게임 필승조가 나선 적이 있었지만 대부분 게임 초반 대량 득점에 성공해 쉽게 흐름을 가져오며 마운드가 정상 운영됐다는 얘기다. 실제로도 넥센 불펜진은 큰 무리 없이 연승을 뒷받침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언젠가 고비가 올 것을 미리 짐작하고 대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김 감독은 “선수는 연승만 생각하겠지만, 감독은 그 이후 연패도 가정하고 준비한다”고 밝혔다. 오른쪽 옆구리에 가벼운 통증을 앓고 있는 주전 외야수 장기영을 23일 엔트리에서 제외한 것도 당장의 1승보다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2008년 창단 이후 최고의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넥센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도 그래서다.

잠실|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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