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의 FROM THE LINE] “유럽보다 정신력 강하다고? 한국축구의 착각!”

입력 2012-05-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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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스포츠동아DB

1.멘탈의 중요성

한국축구 최고 스타인 이영표(사진·밴쿠버)가 스포츠동아에 칼럼을 연재한다. ‘이영표의 From the line’이란 타이틀로 월 1회 독자를 찾는다. 선수 생활을 통해 느낀 점을 생생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이영표는 ‘From the line’에 대해 많은 의미가 담겼다고 소개했다. 그라운드 안과 밖의 경계선, 지켜야할 질서, 그리고 왼쪽 윙백인 그가 가장 가까이 접하는 것이 바로 선(라인)이다. 그 경계선 사이에서 느낀 작은 축구 이야기를 칼럼을 통해 나누겠다고 한다.


붕대투혼이 정신력의 전부 아니다
강자 앞에서 두려움을 이기는 능력
박빙의 경기서 결과를 바꾸는 힘
환상적인 유럽축구 기술의 밑바탕
월드컵 신화 재현? 멘탈을 무장하라


2002한일월드컵을 앞두고 2000년 12월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된 거스 히딩크 감독님의 첫 일성은 “한국축구는 기술은 좋은데 체력이 약하다”였다. 그 전까지 대다수 축구전문가들이 한국축구의 약점은 ‘기술’이고, 강점은 ‘체력’이라고 말해왔기에 히딩크 감독님의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히딩크 감독이라는 외부의 시선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얼마나 오해하고 왜곡했는지 깨닫게 됐다.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또 하나의 오해는 ‘한국축구는 유럽축구보다 정신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유럽축구가 한국축구보다 더 나은 가장 확실한 한 가지가 바로 ‘멘탈’이다. 우리는 흔히 상대를 거칠게 다루거나 부상당한 머리에 붕대를 감고 뛰는 것이 정신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멘탈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니다.

그렇다면 축구선수에게 멘탈이란 무엇일까.

자신보다 강한 자 앞에 섰을 때나 혹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를 앞두고 밀려오는 두려움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약한 상대를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것, 경기장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 또 졌을 때 빗발치는 여론의 비난을 묵묵히 이겨내는 것, 이겼을 때 쏟아지는 칭찬을 가려서 들을 줄 아는 것도 모두 멘탈에 속한다. 심지어 경기장 밖에서의 생활이 곧 경기장 안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것도 멘탈이다. 그렇기에 멘탈은 경기 당일 날 “한번 해보자!” 라고 외치는 것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장 강력한 멘탈은 훈련장에서,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서 만들어진다.

완벽한 기술로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유럽축구를 쉽게 접하는 국내 축구팬들 중 일부는 “이제 우리도 정신력 타령 그만하고 기술 축구 좀 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유럽축구의 환상적인 플레이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바로 강력한 멘탈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 하다고 말하고 싶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하나같이 멘탈을 언급하는 이유도 박빙의 경기에서 경기 결과를 바꾸는 가장 큰 힘은 기술이나 전술이 아니라 바로 멘탈에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 한국축구의 대 선배님들은 경기장 안에서 만큼은 최고의 멘탈을 가지셨고, 그 멘탈의 힘으로 한국축구를 아시아 최강으로 이끌어왔다.

축구선수에게 멘탈은 가장 강력하면서도 필수적인 요소다. 눈에 보이는 훌륭한 기술 뒤에 숨어있는 보이지 않는 멘탈의 깊은 의미를 이해해야한다. 이제 ‘아시아 최강’ 그 이상을 원하는 후배들이 이 강력한 멘탈의 깊이를 이해하고 보다 새로워진 모습으로 브라질월드컵을 향해 내달리길 기대해 본다.

-밴쿠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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