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런던의 北風… 하루에 金 둘

입력 2012-07-3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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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유도 여자 48kg급. 작고 다부진 체구의 17세 소녀가 당시 무적으로 군림하던 월드스타 다무라 료코(일본)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북한의 계순희(33)였다. 앳된 얼굴로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로부터 16년이 흘러 30일 열린 2012년 런던 올림픽 유도 여자 52kg급. 매트에서 환갑이라는 30세도 넘은 나이. 하지만 세월을 거스르는 듯했다. 160cm의 작은 키에도 상대를 연파한 끝에 결승에서는 연장까지 치르며 쿠바의 베르모이 아코스타 야네트를 눌렀다. 펄쩍펄쩍 뛰며 환호하던 그의 눈가도 촉촉이 젖어들었다. 계순희보다 한 살 어린 안금애(32)였다. 안금애는 계순희에 이어 북한 유도에 사상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경기 후 안금애는 “우리 조선의 여왕이라고 할 수 있는 계순희의 정신을 따라가면서 나도 작으나마 조국에 메달로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록 나이 차는 적어도 북한에서 인민체육인으로 칭송받는 계순희가 안금애에게는 정신적인 지주였다. 특히 계순희는 이번에 코치로 참가해 안금애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안금애는 계순희의 뒤를 잇는 북한 유도의 에이스였다. 2005년 세계선수권 동메달에 이어 그해 아시아선수권 우승으로 북한이 선정한 ‘체육부문 10대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도 북한의 첫 금메달 주인공은 이번처럼 안금애였다. 4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따냈다.

북한은 안금애와 함께 역도 남자 56kg급에서 엄윤철(21)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상에서 125kg을 기록한 뒤 용상에서 올림픽 신기록인 168kg을 들어올려 합계 293kg으로 1위를 차지했다. 키가 152cm인 엄윤철은 지난해 세계주니어선수권 챔피언으로 성인 무대에서는 두 번째 도전 만에 세상을 놀라게 했다.

1972년 뮌헨 올림픽부터 출전한 북한이 올림픽에서 하루에 금메달 2개를 딴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북한의 예상 성적을 은메달 1개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 개막 직전에서야 선수단 출전 규모(56명)가 밝혀진 북한의 초반 돌풍이 계속될 수 있을까. 전력이 워낙 베일에 가려 있기에 누가 갑자기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북한은 역도 남자 62kg급 김은국, 역도 여자 58kg급 정춘미와 5명이 출전한 레슬링에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4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에 그쳤던 북한의 선전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영향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집권 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국제 행사인 만큼 대외 선전과 체제 강화의 수단으로 올림픽을 활용하기 위해 예전보다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안금애와 엄윤철의 우승 소감에는 약속이나 한 듯 김정은이 등장했다. “우리 김정은 동지께 금메달로 기쁨을 드렸다고 생각하니 더이상 기쁠 수 없다.”(안금애) “내 실력 향상의 비결은 따로 없다. 김정일 동지와 김정은 원수님의 사랑 때문이다.”(엄윤철)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김정일보다는 운동에 관심과 취미가 많다. 스포츠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선군 정치의 딱딱한 분위기에서 체육 오락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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