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엔 남현희만 있는 줄 알았는데…

입력 2012-08-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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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기적’ 한국 펜싱의 힘

키작은 한국인에 불리…대회마다 고전
손대신 빠른 스텝 활용한 ‘발펜싱’ 승부
금2 은1 동3…단일종목 최다메달 획득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에게 펜싱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김영호의 깜짝 금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현희의 눈물 은메달이 거의 전부였을 것이다. 2012런던올림픽을 앞두고도 남현희가 금메달 유력후보란 기대만 있었을 뿐 펜싱 세부종목인 플뢰레, 에페, 사브르의 차이도 낯설었을 터. ‘좋은 사람인 줄은 알지만 굳이 사귈 만한 매력은 못 느낀’ 이성 같던 펜싱이 런던에서 기적처럼 온 국민의 마음을 찔렀다. 5일(한국시간)까지 한국펜싱은 금 2개, 은 1개, 동 3개로 1988서울올림픽의 레슬링(9개) 이후 단일종목 올림픽 최다 메달을 획득했다. ‘1초의 오심’에 울었던 신아람은 5일 에페 여자단체전 은메달로 해피엔딩을 장식했다.


○나락에서 날아오르다!

주력종목인 플뢰레 여자개인전(7월 28일)에서 남현희가 4위로 떨어질 때만 해도 펜싱의 운은 다한 것 같았다. 이 마당에 에페 여자개인전(7월 31일)에서 신아람이 ‘1초의 오심’으로 메달을 놓치자 분노가 싹텄다. 특별상 추진, 은메달 청원 등 대한체육회가 어떻게든 만회하려 했지만 번번이 스포츠 외교력의 한계를 드러내 여론은 더 나빠졌다.

오심 얼룩과 함께 눈물로 끝날 뻔했던 한국펜싱은 사지에서 검을 세웠다. 플뢰레 남자개인전의 최병철이 1일 동메달을 따내며 첫 메달 포문을 열었다. 이어 2일 에페 남자개인전에서 정진선이 동메달을 추가하더니, 사브르 여자개인전의 김지연이 금메달로 한국펜싱의 타는 목마름을 해갈했다. 3일 플뢰레 여자단체전에선 동메달로 남현희가 한을 풀었고, 4일 사브르 남자단체전(구본길 김정환 원우영 오은석)에서 또 금맥이 터졌다. 특히 이 금은 한국의 동·하계올림픽 출전사에서 100번째 금메달이었다. 그리고 5일 에페 여자단체전(신아람 정효정 최은숙 최인정)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신아람의 미소를 본 국민의 가슴까지 치유됐다.


○최종병기 검!

한국펜싱의 진보는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을뿐더러 종목을 가리지 않고 메달권에 근접한 전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펜싱은 원래 프랑스에서 출발한 유럽 스포츠다. 이런 유럽세에 맞서 한국이 강력한 확장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한국형 펜싱’의 확립이다. 긴 체형을 활용한 손 펜싱에 능한 유럽식 펜싱을 모방하지 않고, 1초에 5m까지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스텝을 극대화한 ‘발 펜싱’으로 맞선 것이다. ‘한국형 스피드 펜싱’은 이제 펜싱을 새로운 효자종목으로 띄웠다. 이제 한국은 활(양궁)과 총(사격)에 더해 검(펜싱)까지 최종병기로 갖추게 됐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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