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의 카디프 리포트] 기성용 막고 구자철 쏘고…“극일 ‘감銅 드라마’ 보라”

입력 2012-08-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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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절친 기성용(왼쪽)과 구자철이 11일(한국시간) 열리는 일본과의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에서 지난 해 2차례 패배의 설욕을 다짐했다. 스포츠동아DB

동갑 절친, 3·4위전서 일본에 복수 별러
중원사령관·킬러 맡아 역사적 승리 결의


동갑내기 절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기성용(셀틱·이상 23)이 일본을 상대로 한풀이에 나선다.

한국올림픽대표팀은 11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일본과 3,4위전을 치른다. 둘은 최근 두 차례나 일본에 아픔을 겪었다. 작년 1월15일 일본과 아시안컵 4강에 둘 다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다. 한국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0-3으로 졌다. 구자철은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섰지만 성공시키지 못했다. 작년 8월10일 일본과 친선경기에서도 나란히 선발로 나서 90분을 소화했지만 0-3 완패하며 ‘삿포로 참사’를 막지 못했다. 이번 3,4위전은 설욕의 좋은 기회다. 일본을 누르고 동메달을 따면 그 간의 아픔을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다.


○절친의 시작

구자철과 기성용은 최근 몇 년 간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국축구를 이끌어 왔다.

스타트는 기성용이 앞섰다. 기성용은 일찌감치 스코틀랜드 셀틱에 입단하며 해외파의 길을 걸었고, 2010남아공월드컵 때는 확고한 주전 미드필더로 16강의 주역이었다. 반면, 구자철은 월드컵 직전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며 눈물을 흘렸다. 절치부심한 구자철은 K리그에서 재기했다. 소속팀 제주의 2010년 2위 돌풍을 주도했다. 작년 카타르 아시안컵 히어로로 떠오르며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다. 기성용과 구자철이 친해진 것도 아시안컵 때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으면서부터다.


○이제 나도 알겠다

구자철은 원조 홍명보의 아이들 출신이다. 2009년 이집트 U-20월드컵 때부터 홍명보호의 주장이었다. 기성용은 홍명보 감독과 한솥밥을 먹을 기회가 없었다. 너무 빨리 A대표팀에 뽑혀 U-20월드컵도, 올림픽 예선도 뛰지 못했다. 이번 올림픽 때 처음으로 홍명보호에 합류했다. 구자철은 기성용을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팀 분위기도 설명해주고 지켜야 할 수칙도 말 해줬다. 기성용도 홍명보호 스타일에 금방 녹아들었다. 그러나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멤버들만 공유하는 홍명보호 특유의 끈끈한 분위기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던 게 사실.

그러나 기성용도 곧 알게 됐다. 기성용은 2일 가봉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8강 진출을 확정한 뒤 펑펑 울었다. 그는 “네가 말한 게 어떤 기분인지 이제야 알겠다”며 구자철을 부둥켜안았다. 8일 영국과 8강전 때 구자철은 후반에 교체 아웃되며 주장 완장을 기성용에게 채워 줬다.


○기성용 막고 구자철 넣고

동메달을 위해서는 둘의 활약이 절실하다.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은 수비의 1차 저지선이자 공격의 시작이다. 발 빠른 일본 최전방 공격수 나가이(나고야)에게 볼이 투입되지 않도록 하려면 일단 중원에서 막아줘야 한다. 또한 볼 점유율을 최대한 높여 한국이 볼을 갖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공을 못 잡으면 제 아무리 총알 탄 나가이라 해도 재간이 없다.

구자철은 득점을 노린다. 구자철은 올림픽 본선에서 주로 박주영(아스널) 뒤의 섀도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다. 몸놀림은 나쁘지 않았다. 볼 간수부터 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 돌아나가는 움직임도 흠잡을 데 없었다. 하지만 골이 없다. 골대만 두 번 맞혔다. 1골도 못 넣고 올림픽을 마무리할 수는 없다.


○축구인생 최고의 순간

기성용은 8강 진출 직후 “내 축구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아니 축구인생 최고의 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구자철과 합심해 일본을 누르고 동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이 축구인생 최고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동갑 절친 구자철과 기성용이 영국 땅에서 한국축구의 빛나는 스토리를 쓸 준비를 마쳤다.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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