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김기태 감독(왼쪽)과 양준혁 해설위원은 선수시절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타자로 명성을 떨쳤다. 스포츠동아DB
양준혁 김기태가 말하는 ‘타자의 자격’
양 “‘오늘 1안타 1볼넷’식 작전 짜야”
김 “9명 볼넷이면 투수 36개 공 헛심”
타격에는 슬럼프가 있게 마련이다. 잘 맞을 때는 ‘방망이를 거꾸로 잡고 쳐도 안타가 나오고 야구공이 수박만하게 보인다’고 할 정도로 감이 좋지만, 침체기에 들어서면 잘 맞은 타구도 야수 정면으로 향하곤 한다. 무려 133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에서 타율 3할을 기록하는 타자가 대단한 이유다. 그렇다면 3할을 칠 수 있는 타자는 어떤 타자일까. 프로야구 30년사에서 ‘타격 레전드’로 꼽히는 양준혁 SBS 해설위원과 LG 김기태 감독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자신만의 전략으로 타석에 서는 타자”라고 입을 모았다.
○안타를 못 쳐도 투수 괴롭혀야
양준혁 해설위원은 홈런(351개)·안타(2318개)·타점(1389점)·득점(1299점) 등 타격 9개 부문 통산 1위에 랭크돼 있다. 18년간 3년을 제외하고 줄곧 3할을 기록했고, 경기에 잘 출장하지 못했던 2009∼201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100안타 이상씩 쳤다. 양 위원은 “컨디션이 좋을 때는 빗맞아도 안타가 된다”며 “더 중요한 것은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어떤 타격을 하느냐다. 좋은 타자와 그렇지 못한 타자가 여기서 나누어진다”고 말했다. 양 위원이 말하는 좋은 타자는 타석에서 전략이 있는 선수다. 양 위원은 “좋지 않을 때는 ‘오늘 1안타, 1볼넷’, 이런 식으로 작전을 짜서 타석에 들어가야 한다”며 “만약 그렇게 못 하더라도 적어도 볼넷 하나는 고른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초구를 쳐서 아웃되는 것은 타자의 기본자세가 아니다. 안타를 못 쳐도 투수가 공을 많이 던지게 괴롭힌다든지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수를 줄이는 타자가 최고
양준혁 해설위원의 말에 김기태 감독도 동의했다. 김 감독은 “3연전에 출장한다고 하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타수는 12타수다.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는 무작정 안타를 치려고 하지 말고, 주어진 타수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볼넷이든, 몸에 맞는 볼이든, 희생타든 타수를 줄이게 되면 타자 입장에서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얘기였다. 양 위원도 “4타수 무안타와 3타수 무안타는 다르다. 당장 오늘뿐 아니라 다음 경기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거들었다. 김 감독은 “볼넷을 거르는 게 중요한 이유는 상대 투수가 볼넷을 주려면 최소 4개의 공이 필요한데 9명의 타자가 볼넷 하나씩을 고른다고 하면 선발투수는 총 36개의 공을 던지게 되기 때문이다. 타자 입장에선 타수를 하나 줄이는 것이지만, 팀 전체로 봤을 때는 훨씬 유리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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