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현의 가을 다이어리] “부상당한 수빈이 몫까지…허경민이 미친 듯 뛰어야죠”

입력 2012-10-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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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민. 스포츠동아DB

“어머, 우리 (정)수빈이 어떡하니!” 지난 추석(9월 30일)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모여 TV로 LG와 두산의 경기를 보던 도중, 어머니의 외마디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일순간 침묵이 흘렀습니다. 중계 화면에는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얼굴을 강타당해 쓰러진 수빈이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피가 흐르는 얼굴을 감싸 쥐고 구급차로 실려 가는 수빈이를 보며 마치 제가 다친 것 마냥 발을 동동 구르셨습니다.

수빈이는 2008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2009년 두산 유니폼을 함께 입으면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부모님들끼리도 워낙 친해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입니다. 비록 입단과 동시에 1군에서 기회를 얻은 수빈이와 달리 저는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했지만, 올 스프링캠프부터 다시 만나 함께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었습니다.

수빈이는 힘들 때 서로 기댈 수 있는 동료이자 친구였습니다. “1군에서 살아남으려면 변화구를 칠 수 있어야 해.” “저 투수는 이 상황에서 저런 공을 던지더라.” 올해 손시헌 선배님의 부상으로 1군 출장 기회를 얻은 저에게 지난 3년간 자신의 경험을 감상을 아낌없이 전해주는 ‘선배’였습니다. 그런데 가을잔치를 앞두고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시즌 아웃.’ 뛰고 싶어도 뛸 수 없는 아쉬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착잡한 마음을 안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얼굴이 퉁퉁 부어 말도 제대로 잘 못하면서 “포스트시즌에서 잘 하라”고 되레 친구를 격려합니다. “유명해지고 싶으면 큰 경기에서 나처럼 실수(2009년 플레이오프 3차전 1-1로 맞선 연장 10회말 우익수로 출장해 조명탑에 들어간 SK 박재상의 타구를 놓침)하면 된다”는 농담으로 마음의 짐을 덜어줍니다.

눈앞에 펼쳐진 생애 첫 가을무대. 제 역할은 대주자이거나 벤치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거겠죠. 솔직히 설렘보다 긴장된 마음이 더 큽니다. 그래도 큰 경기에서 한번 ‘미친’ 선수가 돼보고 싶습니다. 걱정은 없습니다. 최고의 응원군이 제 뒤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으니까요.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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