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진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어릴 때부터 달리기가 빨라 육상부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초등학교 야구부 감독님이 “발 빠른 사람이 필요하다”며 저를 무작정 데려가셨습니다. 얼결이지만 그렇게 야구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투수를 한 건 아니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 주로 내야수, 그것도 거포의 상징 1루수였습니다. 본격적으로 투수의 길을 걷게 된 건 충암중으로 전학 간 2학년 때였습니다. 동성중과의 연습경기에 생애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랐고,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투수가 됐습니다.
한 가지 더 고백하자면, 사이드암스로가 된 것도 제 의지는 아니었습니다. 오버핸드와 사이드암을 병행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버핸드가 더 좋았습니다. 그런데 감독님이 구위가 더 좋다며 옆으로만 던지길 바라셨고, 전 또 사이드암투수가 됐습니다.
갈 길이 결정된 뒤 제 롤모델은 임창용 선배님이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선배님처럼 빠른 볼을 던지기 위해 폼을 많이도 따라했습니다. 무엇보다 정면승부를 하는 투구 스타일이 저와 잘 맞았습니다.
‘10번 중 3번만 치면 좋은 타자다. 이 말을 뒤집으면, 투수와 타자가 맞붙었을 때 투수가 타자를 이길 확률이 7할이라는 의미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늘 되새기는 말입니다. 투수는 그라운드 위 가장 높은 곳에서 외로운 사투를 벌이는 직업입니다. 마운드 위에선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이 온 몸을 휘감지만, 그 긴장감이 제가 야구를 하는 이유입니다. 자신감도 있습니다. 투수가 잘 던질 가능성(7할)이 타자가 잘 칠 가능성(3할)보다 훨씬 높은데, 당당하게 던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에 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롯데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1점차로 앞선 5회말 2사 1·3루)이나 4차전(2점차 6회 1사 후) 등판도 솔직히 떨리지 않았습니다. 운동장이 터질 듯한 응원소리를 들으며 타자들과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지금 바람도 하나입니다. 내년에도 다시 가을잔치 마운드에 올라 제가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뿌려보고 싶습니다. 그러면 많은 이들이 알아봐주시겠죠? 제가 두산 베어스 변진수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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