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리더십을 말하다] 최용수 감독 “끈끈한 서울을 만든건 ‘벤치멤버 사랑’”

입력 2012-1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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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이 21일 제주를 1-0으로 꺾고 K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가운데 선수들이 최용수 감독을 헹가래치며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1. 미꾸라지를 없애다

정식감독된 후에도 선수들과 격 없이
벤치멤버 등 두드려주며 따뜻한 격려
어린이날엔 유부남선수들에게 케이크

“후배들에게 밥 사면서 선배노릇 하라”
연봉 적은 고참 불러 카드 쥐어주기도


FC서울 최용수(39) 감독은 사령탑 부임 첫해 팀을 리그 정상에 올려놓았다. 최 감독은 1994년 LG치타스(서울 전신)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00년 팀 우승과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2006년 은퇴해 친정 팀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09년 빙가다 감독을 보좌해 또 우승을 맛봤다. 작년 4월 감독대행으로 부진에 빠진 팀을 맡아 안정시켰고, 정식 지휘봉을 잡은 올해 기어이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선수-코치-감독으로 ‘원 클럽 맨 우승’이라는 대기록까지 세웠다. 최용수 리더십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스포츠동아는 <최용수 리더십을 말한다>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미꾸라지가 없죠.”

우승 비결을 묻자 FC서울 관계자는 이렇게 단언했다. 축구에서 한 해 농사는 벤치멤버들에 의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주전 선수들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뛴다. 불만은 늘 경기를 못 뛰는 선수들에게서 나온다. 이들이 분위기를 흐리기 시작하면 팀이 망가지는 건 한순간이다.

최용수 감독은 “전략, 전술을 짜는 것 못지않게 팀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감독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다른 것은 몰라도 끈끈함만큼은 우리 팀이 최고라도 자부할 수 있다”고 평소 말한다. 그는 가족 같은 끈끈함이 있어야 이런 미꾸라지 같은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봤다. 정식 감독이 된 뒤에도 그전처럼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냈다. 엔트리에 잘 들지 못하는 선수들의 등을 더 잘 두드려줬다.

세심한 부분도 신경 썼다. 올 어린이날 포항과 홈경기를 앞두고 최 감독은 아내와 자녀에게 선물하라며 유부남 선수들에게 케이크를 하나씩 돌렸다. 케이크 값이 얼마나 하겠는가. 선수들은 돈이 아닌 사령탑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했다. 서울은 포항을 2-1로 눌렀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도 있다. 축구선수들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선배가 후배들에게 가끔 밥도 사고 커피도 사야 한다. 그런데 금액이 만만찮다. 먹성 좋은 선수들이 단체로 밥 한 번 먹으면 100∼200만원은 우습게 나온다. 프로축구 선수라고 다 화려한 게 아니다. 수 억 연봉을 받는 선수는 극히 일부다. 나머지 선수들에게 이런 금액은 부담이다. 최 감독은 어느 날 연봉이 그리 높지 않은 고참선수 A를 살짝 불렀다. “후배들에게는 알리지 말고 네가 하는 것으로 해서 후배들에게 밥 사면서 선배 노릇 하라”며 조용히 개인카드를 쥐어줬다.

경기에 뛰는 선수들은 자신을 위해 뛰는 선수와 감독을 위해 뛰는 선수, 크게 둘로 나뉜다고 한다. 감독을 위해 뛰는 선수가 많을 때 그 팀은 강해진다. A가 출전기회를 받았을 때 누구를 위해 뛰었을 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최 감독은 서울을 바로 이런 팀으로 만들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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