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응. 스포츠동아DB
“내가 투수 최고참…기뻐할 수만은 없어”
“1,2월 두 달 동안은 ‘죽었다’ 복창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후 모처럼 태극마크를 달았다. 7년만의 국가대표 유니폼. 감격스럽고 흥분되는 만큼, 더 큰 책임감도 느낀다.
KIA 서재응(35·사진)은 최근 대체선수로 선발돼 뒤늦게 내년 3월 열리는 제3회 WBC 대표팀에 승선했다. 1회 대회 4강 기쁨을 간직하고 있는 그에게는 7년 만에 다시 찾아온 태극마크의 영광. 하지만 어느 덧 그는 대표팀 투수 최고참이라는 부담스런 완장도 차야한다.
서재응은 30일, “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다”면서 “그런데 알고보니 내가 투수 최고참이 되더라. 7년 만에 다시 대표팀에 뽑힌 것은 큰 기쁨이자 영광이지만, 예전 어렸을 때처럼 기뻐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앞으로 두 달간 ‘죽었다’고 복창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가 1∼2월 두 달을 “‘죽었다’고 복창하며 살아야겠다”고 말하는 건 대표팀 합류에 따라 ‘실전 몸 상태’를 당초 계획보다 한 달 빨리 만들어야하기 때문. 4월 초 시즌 개막을 준비하던 그는 이제 WBC 일정에 맞춰 3월 초에 최정상의 컨디션를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 됐다.
“투수에게 실전 컨디션을 한달 앞당긴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힌 그는 “대표팀 합류가 결정된 뒤 개인 훈련도 더 열심히 했지만 그것 갖고 해결될 일이라면 걱정도 안 한다.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동계 훈련부터 바짝 컨디션을 끌어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2012시즌 후반, 서재응은 45연속이닝 무실점 기록을 세우는 등 절묘한 제구력과 노련한 투구로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서른 중반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과거 빅리그 시절을 떠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세월을 거스르는’ 빼어난 구위를 보였다.
서재응의 가세는 힘 위주의 피칭을 주로 구사하는 다른 대표팀 투수들이 가진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풍부한 경험과 함께 투수진 맏형으로서 그가 보여줄 리더십에도 큰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나 정작 그는 큰 욕심을 내지 않았다. “내가 뱀띠인데, 내년이 뱀의 해라고 하더라. 하지만 내가 ‘나이 든’ 뱀이라 제대로 힘을 쓸지 모르겠다”고 웃은 뒤 “후배들 등을 두드리는 역할만이라도 잘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 후배들과 함께 하려면 부끄럽지 않은 선배 모습을 보여야할 게 아니냐”고 말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