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퍼펙트게임 하고도 방출된 필립 험버

입력 2013-0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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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험버. 사진제공|시카고화이트삭스

필립 험버. 사진제공|시카고화이트삭스

2012년 4월 22일(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의 홈구장 세이프코필드에선 메이저리그 역사상 21번째 퍼펙트게임이 달성됐다. 방문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우완투수 필립 험버가 주인공이었다. 9회말 2사 후 대타 브렌든 라이언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험버는 포수 AJ 피어진스키와 감격의 포옹을 나누며 대기록 수립을 자축했다.


■ 지난해 최고 vs 최악 롤러코스터 탄 필립 험버



역대 21번째 퍼펙트게임 무명 반란
‘레터맨 쇼’ 출연 등 반짝 인기 얻어

이후 시즌 1이닝 최다 실점 등 부진
올 시즌 휴스턴 4선발로 재기 노려



○꿈의 기록 퍼펙트게임


투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는 퍼펙트게임. 그러나 명예의 전당에 오른 위대한 투수들 가운데 이를 달성한 선수는 10%도 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첫 퍼펙트게임은 1880년 6월 13일 리 리치몬드에 의해 수립됐다. 당시 신문에선 ‘no-run game, no-hit game, no-man-reaching-first game’이라고 표현했다. 불과 5일 뒤 몬티 워드가 2번째 퍼펙트게임을 달성했지만, 3번째 기록이 수립되기까지는 24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1904년 5월 6일 보스턴 소속의 사이 영이 아메리칸리그 소속으로는 최초로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이 됐다. 지금까지 내셔널리그에선 9명, 아메리칸리그에선 14명이 퍼펙트게임을 펼쳤는데 한 선수가 2차례 달성한 적은 없다. 월드시리즈에선 1956년 뉴욕 양키스 돈 라슨이 브루클린 다저스를 상대로 퍼펙트 경기를 기록한 것이 유일하다.


○굴곡 많은 야구인생



역대 21번째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이 된 험버지만, 누구보다 인생의 굴곡이 많은 투수였다. 텍사스에 있는 라이스대학 시절 워낙 기량이 뛰어나 2004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4번으로 뉴욕 메츠에 지명됐다. 그러나 2006년 2경기, 2007년 3경기 출전에 그친 험버는 요한 산타나의 트레이드 때 팀을 미네소타 트윈스로 옮겼다. 트윈스에선 2년 동안 단 한 번도 선발로 나서지 못하고 13경기 등판에 그친 뒤 2009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도 8경기(1선발)에 나선 게 전부였다. 빅리그 5년 경력에 51.2이닝을 던진 게 전부였던 험버는 2011년 화이트삭스로 옮겨 9승9패, 방어율 3.75를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통산 11승10패에 그친 아주 평범한 투수가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이 됐는데, 며칠 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 출연했을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퍼펙트게임 이후 찾아온 최악의 부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5일 뒤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 험버는 5이닝 동안 홈런 3방을 맞으며 9실점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5월 8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경기에선 3회도 넘기지 못하고 8실점으로 강판됐다. 당시 인디언스 6번타자로 나선 추신수와의 대결에선 2회 우중간안타에 도루까지 허용했고, 3회에는 볼넷을 내줬다. 이후에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그는 8월 4일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서 5.2이닝 6실점으로 부진한 뒤 불펜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안았다. 그리고 9월 5일 미네소타와의 홈경기는 험버에게 평생 잊지 못할 악몽이었다. 4-17로 크게 리드당한 5회초 팀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를 단 1개 잡는 동안 무려 8자책점이나 기록했다. 이는 2012시즌 한 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빼앗긴 최다 실점이었다. 9월 17일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것이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고 치른 마지막 등판이었다. 지난 시즌 최종 성적은 5승5패, 방어율 6.44. 100이닝 이상을 던진 선발투수 가운데 최악의 방어율이었다.


○방출, 고향팀 휴스턴에서의 새 출발

화이트삭스에서 방출당한 험버는 올 시즌 휴스턴 애스트로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8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팀의 4선발을 맡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 시즌 연봉은 80만달러이며, 내년에는 구단이 옵션을 행사할 경우 300만 달러를 받게 된다. 험버는 “실패한다는 것의 유일하게 좋은 점은 내가 다시 돌아갈 곳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지난해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을 보냈는데, 고향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돼 매우 기쁘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위해서라도 메이저리그 투수로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퍼펙트게임을 하고도 6점대의 방어율로 시즌을 마친 험버를 보면 정규시즌 162경기의 대장정에서 선수나 팀 모두 꾸준하게 성적을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 수 있다.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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