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일은 LG팬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날이다. LG 선수들이 목동 넥센전에서 승리하며 삼성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뒤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LG가 8월 이후 1위에 오른 건 무려 18년, 6545일 만의 일이다. 목동|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무릎 다친 박용택 출전 강행 투혼· 마무리 봉중근 근성까지…똘똘 뭉친 선수들 팀워크의 값진 승리
LG 소방수 봉중근이 넥센의 마지막 타자 박병호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마침내 경기가 끝났다. 2위 LG가 20일 목동 넥센전에서 5-3 승리를 확정짓던 순간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1위 삼성이 SK에 졌다. 삼성과 게임차 없는 2위였던 LG는 결국 자리를 맞바꿔 가장 높은 자리로 올라섰다. 18년, 그리고 6545일 만의 8월 이후 1위. 시간이 오래 걸렸던 만큼 감격은 더 컸다.
LG는 1995년 9월 19일을 마지막으로 8월 이후 1위에 오른 적이 없다. 후반기 동안 1위에 오른 것 역시 1997년 7월 16일이 마지막으로, 5879일 만이다. 이틀 전인 18일 KIA에게 역전패하면서 1위에 오르는 데 실패했던 LG다. 절치부심했고, 바로 다음 경기에서 결국 목표를 이뤘다. LG 관중석이 들썩거렸다.
● 베테랑 박용택과 이진영의 ‘솔선수범’…경기 전부터 빛난 의지
그야말로 ‘신바람’이다. 1994년 LG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그 거센 태풍이 다시 2013년 프로야구를 강타했다. 시즌 초반 하위권으로 처졌던 LG는 중반을 지나면서 상승세에 가속도를 붙였고, 시즌 종료까지 딱 30경기를 남긴 시점에 마침내 1위에 올라섰다. 팀워크는 갈수록 끈끈해지고. 책임감은 더 커졌다. 1위 등극이 걸린 이날 경기에 앞서 이미 그 분위기도 감지됐다. 17일 군산 KIA전에서 3루를 훔치다 왼쪽 무릎을 다친 박용택이 1번 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김기태 감독은 “박용택이 직접 ‘괜찮다’며 출장하겠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당초 ‘국민 우익수’ 이진영이 “비어 있는 중견수 자리를 메우겠다”고 자청하기도 했다. “내가 원래 중견수 출신이다.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박용택이 말렸다. “어차피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하는 날은 1년에 채 30경기도 안 된다. 기(氣)로 뛰면 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감동했다. “서로 나가서 희생하려는 마음이 기특하다”면서 “선수들이 말은 안 해도 꼭 1위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진다”고 했다.
● ‘소방수’ 봉중근의 완벽한 마무리…18년 만의 ‘8월 1위’ 완성
1위를 향한 LG의 ‘의지’는 1회초부터 무섭게 달아올랐다. 무사 1·3루 기회에서 이진영의 땅볼과 권용관의 좌전 적시타로 2점을 뽑았다. 넥센이 곧바로 1점을 추격했지만, 3회 다시 권용관의 적시 2루타와 김용의의 내야 안타로 2점을 달아났다. 넥센이 1점을 추격하면 2점을 달아나며 맞섰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5-2로 앞선 8회말, 안타와 볼넷에 실책까지 겹쳐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유한준의 중전 적시타가 나와 5-3으로 쫓겼다. 이어진 1사 만루. 넥센이 대타 장기영을 내세웠다. 그 순간 LG는 마무리 봉중근을 조기 투입하는 초강수로 맞불을 놓았다. 결국 LG의 ‘기(氣)’가 이겼다. 넥센의 바뀐 대타 송지만은 봉중근의 초구를 쳤다. 1루수가 베이스를 찍고 유격수가 1루주자를 태그하는 ‘리버스 포스 더블플레이(역방향 병살)’. 봉중근도, LG 덕아웃도 함께 포효했다.
김기태 감독은 경기 후 “큰 영광이다. 선수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해온 것을 지킬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