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정규리그를 평정한 포항 황선홍 감독이 K리그 대상 감독상을 수상한 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감을 전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사상 첫 FA컵·정규리그 동시 석권 위업
지도자 데뷔 6년만에 최고 명장 반열에
숱한 시행착오 거쳐 독자적 스타일 구축
우승 기쁨도 잠시…벌써 내년 시즌 구상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이 6년 만에 K리그 최고 명장으로 우뚝 섰다. 황 감독은 3일 열린 2013 K리그 시상식에서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지 6년 만에 거둔 수상이었다. 기자단 투표 113표 가운데 75표로 66.4%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사상 첫 FA컵과 정규리그를 동시에 석권하며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제2의 고향과도 같은 포항에서 20대의 거든 모든 시간을 보냈다. 선수로 뛰며 우승하진 못했지만 감독으로 우승하게 돼 더욱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 ‘원칙과 신뢰’ 6년 만에 빛을 보다
“근본을 지켜 나간다면 몇 년간 성공할 확신이 있다.”
황 감독은 ‘원칙과 신뢰’를 얘기했다. 2008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첫 사령탑에 오른 뒤 3년 동안 숱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욕심이 많았다.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고 감독이 돼서 성적을 내야겠다는 강박관념도 있었다. 선수들을 자신의 옷에 맞추려고 하면서 독단적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쉬이 원하는 대로 되진 않았다. 성적이 말해준다. 2008년과 2009년 2차례 12위에 그쳤다. 황 감독은 “돌이켜보면 6년 동안 어려움에 처한 적도 많고 고민도 잦았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다. 해외축구를 지켜보며 전술을 익히고 배운다. 급격한 변화를 주면서 실패했던 부산 시절과 달리 오래 보고 조금씩 변화를 가져간다. 축구인들에게 유연해졌다는 말을 수시로 듣고 있다. 바르셀로나(스페인)의 짧고 창의적인 패스 플레이를 포항에 접목시켰고, 이는 성공적인 커리어가 됐다. 2년간 3차례 우승컵을 차지하며 감독상을 받았다. ‘황선홍 스타일’을 확립한 것이다.
하지만 원칙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우승하고 싶다고 우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 경기 이길 수 있는 요행은 없다. 다만 주어진 환경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최선’이 지금의 이 자리를 있게 만든 것이다. 그는 “근본을 지켜나가고 있는 만큼 향후 몇 년간은 지도자로서 자신 있다”고 확신했다.
● ‘우승은 찰라’, 영원한 것은 없다
황 감독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우승은 찰라와 같다. 며칠이 지나면 모두 잊혀진다.”
황 감독은 잘 알고 있다. 우승 뒤에 찾아오는 허무함과 아쉬움을. 지난 시즌에 얽매이지 않도록 바로 앞과 내일만 바라본다. 아직도 우승이 실감나지 않는다는 황 감독. 벌써부터 내년 시즌 구상에 들어갔다. 축구시장이 잔뜩 얼어붙었고 외국인 선수를 보강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선수들이 한 단계 도약한 만큼 이탈 선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내년 시즌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책임감과 의무감은 확실했다. 그는 “더욱 발전하고 공부해 축구팬들에게 좋은 축구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