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스포츠동아DB
운동선수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크지 않은 체격이다. 3일 ‘2013 K리그 시상식’에서 영광의 주인공이 속속 가려지는 동안 왜소한 체격의 한 선수에게 유독 눈길이 갔다.
FC서울 고요한(25). 그는 작년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렸다. 팀이 완벽한 우승을 차지했고 시상식도 휩쓸었지만 고요한은 베스트11 오른쪽 수비부문에서 김창수(당시 부산)에게 9.5% 차로 밀렸다. 리그 기록, 팀 공헌도는 고요한이 앞섰다. 김창수에게 올림픽동메달 프리미엄이 붙은 결과였다.
고요한은 좌절하지 않았다. 서울이 올 시즌 차두리를 영입하면서 고요한은 오른쪽 미드필더로 변신했다. 올 시즌 37경기 5골3도움으로 팀의 리그 4위, AFC 챔스리그 준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베스트11 후보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포지션을 바꿔 가며 2년 연속 리그 정상 플레이어로 인정받았다.
고요한은 말끔한 정장차림에 머리에도 한껏 멋도 내고 시상식장에 왔다. 행사 전 만난 그는 “상은 받을 수도 못 받을 수도 있는 거죠”라며 “그래도 리그 베스트11을 뽑는 데 작년에 다른 점(올림픽 프리미엄)이 반영됐다고 해 속상하긴 했어요”라고 했다. 이어 “오늘은 기대 안 해요. 그냥 즐기고 갈래요”라며 담담해 했다.
고요한은 또 울었다. 전북 레오나르도에 12.4% 뒤졌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모든 포지션 통틀어 가장 근소한 표 차였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고요한에 대해 “저렇게 작은 선수가 베스트로 뛰고 국가대표도 뽑힌다는 건 진짜 독하다는 뜻입니다”라고 말했다. 맞다. 고요한 말처럼 받을 수도 못 받을 수도 있는 게 상이다. 실패를 발판 삼아 또 한 번 도약하면 언젠가 고요한도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을 것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