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기도 파주 NFC에 소집된 축구국가대표팀의 박주영(왼쪽)이 기성용과 미니게임을 하던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주영은 자신의 최종엔트리 선발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해 ‘브라질 월드컵 출전 여부를 국민의 뜻에 맡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파주|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만약 저를 믿어주신다면 최선 다하는 건 내 몫”
2014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축구국가대표팀이 소집된 첫날인 12일 박주영(29·아스널)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8일 발표된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다, 자신의 대표팀 합류를 놓고도 뒷말이 무성한 사실을 인식해서인 듯했다. 이처럼 답답한 상황 탓이었을까. 박주영은 자신의 브라질월드컵 출전을 국민의 뜻에 맡기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표팀은 이날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브라질월드컵에 대비한 소집훈련을 시작했다. 8명의 선후배와 함께 소집에 응한 박주영은 ‘이런저런 논란 때문에 마음이 가볍지 않을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여기(파주 NFC)에 기자 분들이 많으시니까, 여러분들이 국민 여론을 대변하는 언론기관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고 싶다”며 “국민 여러분이 정말 제가 월드컵 가는 걸 원치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억지로 그렇게 갈 생각은 없다. 국민 여러분께 물어봐주시고, 제게 국민 여러분의 생각이 어떤지 말씀해주시면 저도 참고해서 결정하고 싶다. 만약 국민 여러분이 저를 믿어주신다면, 가서 최선을 다하는 게 제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 여부가 큰 이슈가 되기 시작한 때는 올 2월 열린 그리스와의 원정평가전을 앞두고부터다. 박주영은 부상 등으로 당시 소속팀 왓포드(잉글랜드)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 테스트를 위해 박주영을 합류시켰다. 홍 감독은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를 대표팀에 부르지 않겠다’는 스스로 정한 원칙까지 깼다.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을 놓고 여론은 들끓었다. 그러나 박주영은 그리스전에서 골을 터트리며 이를 불식시켰다.
잠잠했던 여론은 4월 다시 시끄러워졌다. 박주영이 소속팀에서 부상(봉와직염·피부의 균이 상처로 침투해 생기는 질병)을 입고 회복에 어려움을 겪자, 홍 감독은 그를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치료와 회복훈련을 지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특정선수에 대한 특별관리라는, ‘황제훈련’ 논란이 일었다. 홍 감독은 ‘대표팀에 꼭 필요한 자원이고,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일부 팬들의 눈총은 따갑기 그지없었다.
박주영으로선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을 터다. 게다가 다시금 그를 보듬어준 홍 감독 또한 난처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반응을 보고, 브라질로 떠날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박주영의 ‘하소연 같은’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에 합류한 박주영은 파주 NFC에서의 첫날 일정을 묵묵히 소화했다. “월드컵은 이전에 치렀던 경기들보다 1∼2차원 높은 대회다. (동료들에게) 올림픽이나 평가전은 다 잊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개인이 아닌 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으로 파주에 왔다”는 그가 브라질월드컵에서도 다시 한번 그리스 원정평가전 때와 같은 활약으로 축구팬들의 사랑을 회복할 수 있을까. 이제는 따뜻한 성원의 박수가 필요한 때인지 모른다.
파주|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