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인의 전사 Road to Brazil] ‘런던의 추억’ 깜짝쇼 아닌 믿음이었다

입력 2014-05-1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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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호는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다.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아 2014브라질월드컵에도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중앙수비수이면서 오른쪽 풀백까지 소화할 수 있는 그의 장점 덕분이다. 스포츠동아DB

1. 수비수 황석호

2014브라질월드컵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을 목표로 삼은 홍명보호도 가슴 벅찬 담금질에 돌입했다. ‘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 하나의 목표’로 뭉친 홍명보호에는 23인23색의 스토리가 존재한다. 각자의 입장, 상황이야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 23인의 태극전사가 지금 이 순간 한국축구의 기둥이란 사실이다. 스포츠동아는 홍명보호 23인의 태극전사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조명해본다.<편집자 주>


2년 전 런던올림픽 전경기 출전 동메달 일조
꾸준히 지켜봤던 홍명보 감독 ‘의외의 한 수’
중앙수비수로서 오른쪽 풀백까지 소화 가능
“좋은 아빠 훌륭한 남편 된 것 같아 뿌듯하다”


2012년 6월 2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런던올림픽에 나설 축구대표팀 최종엔트리(18인)를 발표한 홍명보 감독의 입에선 뜻밖의 이름이 호명됐다. 황석호(24·산프레체 히로시마)였다. 좋은 선수였고, 유망주였음은 틀림없지만 최종엔트리와는 어쩐지 거리가 멀어 보인, 그래서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선수가 올림픽대표팀에 발탁되자 행사장을 가득 메웠던 취재진이 술렁거렸다.

그러나 올림픽 본선 무대에 선 황석호의 퍼포먼스는 충분히 훌륭했다. 화려함은 없었지만 안정된 플레이로 올림픽대표팀의 단단한 수비진을 진두지휘했다. 약간의 운(?)도 따랐다. 주전 센터백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와 장현수(광저우 부리)가 런던올림픽 직전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한 자리가 주어졌으니 말이다. 황석호는 조별리그부터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까지 6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특히 영국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선 3번째 키커로 나서서 당당히 골망을 갈라 한국축구의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획득에 크게 일조했다.

‘깜짝 발탁’, ‘의외의 한 수’로 보이지만 사실 황석호는 오래 전부터 홍 감독의 구상 속에 있었다. “주변에선 ‘깜짝 발탁’이라고 포장했지만, (황)석호가 (올림픽에서) 제 몫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아마추어 무대에서부터 꾸준히 지켜보며 역량을 확인했다”는 것이 홍 감독의 회상이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이번에는 처지도, 상황도 모두 달라졌다. 황석호는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23인)에도 당당히 들었다. 아주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 사이에선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고 한다. 다만 이번에는 ‘실력’이 더 크게 작용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중앙수비수이면서도 오른쪽 풀백까지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어필됐다.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홍명보호의 주전 오른쪽 풀백은 이용(울산)이었지만, 마땅한 백업 자원이 없다는 것이 황석호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월드컵 최종엔트리가 발표된 8일 황석호는 크게 떨진 않았다. 올림픽 명단 발표 때보다 긴장이 덜 됐다. 내심 기대는 했어도, 혹시 모를 아픈 결과도 담담히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었다. 발표 당일에도 팀의 오전 훈련을 마치고 휴대폰을 켠 뒤에야 쏟아진 축하 문자메시지를 보고 자신의 발탁을 확인했을 정도다. 그래도 기쁨은 대단히 컸다. 지난해 8월 결혼한 아내 박현정(24) 씨와 딸 지우(2)의 얼굴을 떠올리자, 모처럼 ‘좋은 아빠, 훌륭한 남편’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가족이 축하를 건네줄 때는 무척 행복했다.”

축구계에선 홍명보호의 주전 수비라인은 이미 결정됐다고 보고 있다. 그래도 운명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2012년 11월 A매치 데뷔 이후 통산 3경기에 출전 중인 황석호는 조용히 ‘신데렐라 스토리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아름다웠던 런던에서의 여름을 브라질의 기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 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는?

▲생년월일=1989년 6월 27일 ▲키·몸무게=182cm·71kg ▲출신학교=충북 운호중∼운호고∼대구대 ▲클럽 통산 성적=51경기·3골 ▲A매치 데뷔=2012년 11월 14일 호주전(평가전) ▲A매치 통산 성적=3경기·0골 ▲월드컵 경험=없음 ▲주요 경력=2011년 제26회 하계유니버시아드대표팀·2012년 런던올림픽대표팀(동메달)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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