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AG 향해 뛰는 KSPO 선수들] 이현우 “24년만에 아시안게임 金 도전”

입력 2014-05-2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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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승전보 전할게요.” 이현우는 24년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카누의 기대주다. 매일 5시간씩 노를 젓는 익숙한 미사리경기장에서 아시안게임 카누경기가 열린다는 점이 가장 큰 호재다. 김재학 기자

“이 자리에서 승전보 전할게요.” 이현우는 24년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카누의 기대주다. 매일 5시간씩 노를 젓는 익숙한 미사리경기장에서 아시안게임 카누경기가 열린다는 점이 가장 큰 호재다. 김재학 기자

3. 카누 메달 기대주 이현우

축구·테니스 선수로 시련…카누가 뻥 뚫었죠
전국대회 휩쓴 고3때 공단 입단 꿈이 현실로
훈련장인 미사리경기장서 AG 경기 자신감 업

‘카누 선수들 중엔 모난 사람이 없다.’

카누계에서 전해지는 얘기다. 카누는 물 위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빨리 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카누 선수들은 물 밖으로 나가도 중용의 미덕을 지키며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삶을 살게 된다고 한다. 이 ‘카누계 격언’에 딱 어울리는 선수가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카누팀의 이현우(24)가 그 주인공. 운명처럼 쥐게 된 노 덕분에 그의 인생은 흔들림 없는 항해를 할 수 있었다.


● 동명이인 카누 선수…레인 바뀌고 수당 잘못 입금 해프닝

“여동생도 카누 선수죠?”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경기장에서 처음 만난 이현우에게 맨 먼저 던진 질문이었다. 카누 가족 이야기로 인터뷰를 풀어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에 힘이 빠졌다.

“아니에요. 동명이인인 선수랑 헷갈리셨네요. 그 분은 저보다 세살 많은 다른 팀 선배예요.”

기자가 착각한 선수는 인천시청 소속의 이현우(27)였다. 동생인 이혜란(24)도 카누 선수로 활약하며 2011년 오누이가 함께 태극마크를 달아 화제가 됐었다. 인터뷰 자료를 찾다 발견한 기사 때문에 혼선이 생겼다.

선수층이 얇은 국내 카누계. 비슷한 나이의 동명이인 선수가 활동하다 보니 해프닝도 많았다고 한다.

“2011년 미사리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선수권 때였어요. 주최측에서 레인 배정 착오를 했어요. 배에 올라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진행요원이 헐레벌떡 뛰어와 외쳤어요. 자리를 바꾸라고.”

대표팀에서 함께 활약할 때는 연맹에서 지급하는 수당이 바뀌어서 입금되기도 했다. 같은 종목, 같은 이름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인연 덕분에 그 선배와는 지금도 안부를 묻고 지내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 운명처럼 만난 카누…신바람 나는 물 위의 인생

이현우는 초등학교 시절 운동이라면 만능이었다. 5학년 때 대전시 높이뛰기 대표로 발탁돼 소년체전에 출전했다. 6학년 때는 축구선수로 활약했다. 이현우는 당시를 회상하며 “계속 축구를 했더라면 지금쯤 홍명보호의 일원이 돼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그의 평탄했던 항해에 첫 돌풍이 일었다. 학교 내부사정으로 축구부가 해체됐다.

인근 체육중학교 육상부에서 입학제의를 했지만 부모님이 반대했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려 새로 테니스를 배웠지만 이번엔 무릎부상으로 라켓을 놓아야 했다. 상실감 때문에 방황을 시작했다. 친구들과 거리를 떠돌았다. 내면의 상처를 슬기롭게 다스리기엔 너무 어렸다. 그때 어머니가 새로운 운동을 제안했다. 다섯 살이 많은 사촌누나가 하고 있던 카누였다. 어둠만 가득했던 소년의 가슴으로 빛을 가득 실은 배 한 척이 들어왔다.

카누는 신바람 나는 운동이었다. 물위로 노를 저어 나가면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렸다. 딱 3개월 훈련하고 전국대회에 나갔는데 3등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거의 모든 전국대회를 석권했다. 고교 3학년 때인 2008년,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김동수(45) 감독이 입단을 제의했다. 국가대표 상비군 시절 지도자였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공단은 모든 카누선수가 꿈꾸는 팀이었다. 미사리에 전용 훈련장을 보유하고 있고, 포상금, 복지 등 지원이 다른 팀과 비교가 안 된다. 그해 12월, 꿈에 그리던 공단 유니폼을 입었다.


● 한국 카누 24년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향해!

한국 카누는 1990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천인식이 금메달 3개를 따내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이내 내리막이었다. 1994히로시마(은2·동5), 1998방콕(은1·동2), 2002부산(은5·동2), 2006도하(동2), 2010광저우(용선종목 동1) 등 갈수록 메달 수가 줄었다.

하지만 올해 인천아시안게임은 다르다. 안방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24년만의 금빛 낭보를 기대하고 있다. 6월 대표팀 추가 발탁이 확정된 이현우도 금메달 후보 중 한 명이다. 순발력과 지구력을 겸비해 대표팀에서 활용가치가 높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K2(카약 2인승) 200m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쳤던 어깨가 다 나았고, 무엇보다 아시안게임 카누경기가 공단의 훈련장인 미사리경기장에서 열린다는 것이 호재다.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매일 5시간씩 배를 탄다는 이현우는 “카누는 어떤 운동보다 정직하다. 흘린 땀만큼 결과가 나타난다. 꼭 금메달이 아니어도 좋다. 지금은 아시아에서도 삼류로 처진 한국카누의 저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는 지금 한국카누의 희망을 젓고 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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