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리그에서 다승과 탈삼진 선두에 올라있는 앤디 시스코(EDA)가 22일 10구단 kt에 전격 영입됐다. 시스코는 키 208cm의 왼손투수로 빠른 직구가 강점이다. 해외리그 주축선수가 시즌 중에 한국무대에 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사진제공|kt
208cm 좌완…직구·체인지업 등 강점
현재 대만서 다승·탈삼진 리그 1위 불구
시즌 중 퓨처스리그 kt와 이례적인 계약
2014년 1월 미국 애리조나 kt 스프링캠프. 키 208cm 장신의 왼손 투수가 포수 미트에 공을 펑펑 던졌다. 신인 선수들로 구성된 kt타선은 빠른 공에 연이어 헛스윙을 했다. kt 조범현 감독은 “멋진 공이다. 더 좋은 모습으로 조만간 또 만나자”며 어깨를 두드렸다.
조 감독은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아직 1군 데뷔까지는 1년여 시간이 남아있지만 외국인투수에 대한 정보수집에 공을 들였다. 한국 진출을 희망하는 몇 명은 직접 캠프로 초청해 공을 던지는 모습을 꼼꼼히 지켜보기도 했다.
앤디 시스코(31)는 그 중 한명이었다. 조 감독의 격려를 마음에 품고 있던 시스코는 얼마 후 대만 EDA 라이노스와 계약하며 한 가지 조건을 계약서에 넣어달라고 했다. ‘시즌 중이라도 대만이 아닌 다른 리그와 계약을 원하면 이적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매우 파격적이었다. EDA가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시스코의 의지가 워낙 컸다. EDA유니폼을 입은 시스코는 12일까지 14경기 8승 3패, 탈삼진 110개, 방어율 2.12로 다승과 탈삼진 1위를 기록했다. 리그를 완전히 지배하는 압도적이 피칭이었다.
kt는 22일 대만리그 에이스로 우뚝 선 시스코와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한창 시즌 중반에 마이너도 아닌 해외리그 팀의 주축 선수가 한국에 진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kt는 1군이 아닌 퓨처스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kt 나도현 운영팀장은 “감독께서 애리조나에서 굉장히 인상적으로 지켜봤다. 그 이후 팀에서 현재 기록과 투구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대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영입을 하게 됐다”며 “계약서에 시즌 중에 이적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어 EDA와 아무런 마찰 없이 대만을 떠나게 됐다. 이적료는 지급했지만 상징적인 액수다”고 밝혔다.
국내 프로최초로 비경기인 스카우트로 활약했고 메이저리그에서 전문교육을 받기도 했던 나 팀장은 “2001년 시카고 컵스가 2라운드에 지명한 유망주다. 큰 키를 활용한 직구가 매우 빠르고 체인지업도 좋다. 메이저리그 풀타임 경험도 있다. 제구가 뛰어나지 않아서 빅리그에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했는데 대만에서 꾸준히 선발로 던지며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선발과 불펜 모두 가능한 점도 장점이다”고 덧붙였다.
kt는 시스코를 퓨처스리그에서 충분히 검증하고 내년 시즌 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kt 김진훈 단장은 “지난 1월 계약한 마이크 로리와 함께 올 시즌 퓨처스리그 전력향상 및 내년 1군 무대 대비를 위해 영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시스코는 두산 크리스 볼스테드, 장민익(이상 207cm)보다 키가 1cm더 커 한국프로야구 최장신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