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브라질 24시] 눈물 흘렸던 1998벨기에, 여유 부리는 2014벨기에

입력 2014-06-26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운명이 걸린 벨기에와의 일전을 앞둔 태극전사들의 얼굴은 사뭇 비장하기까지 합니다. 그렇습니다. 반드시 우리가 이겨야 하는 경기이니까요. 그것도 가급적 큰 점수차로요. 벨기에는 이미 16강에 올라 있습니다. H조 최하위인 한국과는 처지가 크게 다릅니다.

문득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떠올려봤습니다.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다른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가는군요. 학창 시절, TV를 통해 지켜본 한국과 벨기에의 경기. 한국은 2연패를 당해 일찌감치 16강 진출이 좌절된 상태였죠. 반면 벨기에는 한국을 2골차 이상으로 꺾을 경우 16강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한국이 벨기에를 상대로 2골차 이상의 승리를 갈구하고 있으니, 16년의 시차를 두고 묘한 데자뷰가 아닐 수 없네요.

그 때, 그 순간을 오랜만에 되돌아볼까요? 누구나 벨기에의 낙승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이 멕시코에 1-3으로 역전패한 데 이어 네덜란드에는 0-5로 맥없이 무너진 터라, 1998년 6월 25일 승부의 추도 벨기에 쪽으로 기울고 있었죠. 하지만 우리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습니다.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간절함과 열망이었죠. 16년 전 태극전사들은 만신창이가 된 몸을 추슬러 벨기에에 당당히 맞섰고, 결국 먼저 실점하고도 1-1로 비겼습니다.

요즘 벨기에선수들은 편하다 못해 여유가 철철 넘친다고 합니다. 프랑스월드컵 당시 홍명보 감독과 선수로서 마주쳤던 마르크 빌모츠 벨기에 감독은 “한국의 월드컵 도전은 거의 끝났다. 주전급 일부를 교체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실제로 몇몇 벨기에선수들은 함께 골프를 치거나 편안하게 쉬면서 기분 좋은 리듬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요. 심지어는 봉사활동에까지 나서는 등 벌써 승리한 분위기입니다.

자존심은 상하지만 우리로선 전혀 나쁠 것이 없습니다. 그만큼 벨기에가 우릴 쉽게 생각한다는 의미니까요. 또 백업 멤버로도 만만찮은 스쿼드를 구성한다는 벨기에에게도 분명 허점은 있을 테니까요.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는 것은 우리 코칭스태프의 몫이죠. 한국을 만나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한 1998년 그 때의 벨기에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우리 ‘홍명보호’가 내기를 기대해봅니다.

상파울루(브라질)|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