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 프로젝트로 벨기에 ‘황금세대’ 열다

입력 2014-07-0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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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28년 만에 8강 진출…그 배경은?

축구센터 건립 등 인프라 구축에 올인
유망주들 지속적 소집으로 관리·육성
빅리그 잇딴 러브콜…경쟁력 강화 결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과 함께 H조에 속했던 벨기에가 4연승으로 8강에 진출했다. 벨기에는 2일(한국시간) 사우바도르의 아레나 폰테노바에서 벌어진 미국과의 16강전에서 연장 혈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벨기에가 월드컵 8강에 오르기는 1986년 멕시코대회 이후 28년만이다. 벨기에는 이른바 ‘황금세대’를 구축해 이번 월드컵에서 당당히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최근 벨기에의 ‘황금세대’ 탄생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 출발점은 인프라 구축

벨기에는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 공동개최국이었지만,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16강에 올랐지만 2004유럽선수권대회에선 본선 진출에도 실패했다. 대표팀은 온갖 비난에 시달렸다. 벨기에축구협회는 2006년 개혁작업에 돌입했다. 대표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찾았다. 첫 번째는 인프라 구축.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축구선진국이 보유한 트레이닝센터를 벤치마킹해 축구센터를 건립했다. 또 대표팀이 선호하는 4-3-3 전술 운용에 대한 책자를 만들어 각급 학교와 유소년클럽에 보급했다. 그 뒤 정부에 요청해 학원스포츠 내 순위경쟁을 폐지시켰다. 결과를 중시하다보니 제대로 선수를 육성하기 힘든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판단했다. 벨기에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이런 결정 때문에 엄청난 비판에 시달렸지만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 유망주 집중 관리와 육성

벨기에축구협회는 각 지역에서 배출되는 유망주들을 축구센터로 불러모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이들을 한데 모아 훈련시키면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육성했다. 대표팀 연령대에도 확실한 구분을 뒀다. 17세 이하 대표선수가 기량이 좋아 19세 이하 대표팀에 소집되면, 그 선수는 어떤 경우에라도 17세 이하 대표팀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했다. 혹사를 방지해 어린선수들이 꾸준히 성장하도록 도왔다. 이 덕분에 벨기에는 유소년 레벨에서 유럽 정상권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을 통해 발굴된 선수가 드리스 메르턴스(나폴리), 악셀 위첼(제니트), 무사 뎀벨레(토트넘) 등이다. 이들은 대표팀의 주축선수로 성장해 브라질월드컵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 달라진 유럽의 평가

벨기에에서 유망주들이 많이 나오자 유럽 내에서의 평가도 달라졌다. 200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벨기에 국적의 선수는 2명에 불과했다. 그 중 한 명이 뱅상 콤파니(맨체스터시티)였다. 콤파니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자 잉글랜드 클럽들은 벨기에 선수 영입에 큰 관심을 기울이 시작했다. 잉글랜드뿐 아니라 스페인, 독일 등 유럽 빅리그의 클럽들은 앞 다퉈 벨기에 유망주들을 뽑았다. 재능 있는 선수들은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뛰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계속 발전했다. 그런 선수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벨기에대표팀의 전력은 거듭 향상됐다. 벨기에축구협회가 미래를 내다보고 선택한 개혁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풍성한 결실을 맺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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