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이현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9일 삼성전서 1000경기 달성 후 은퇴
“좋아하는 야구 맘껏 했으니 후회없어”
“아직 어색하네요.” NC 이현곤(34·사진)은 10일 마산구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도운 뒤 덕아웃에 들어오더니 겸연쩍게 웃었다. 올 시즌 사실상 선수보다는 플레잉코치처럼 움직인 날이 많았지만, 막상 선수 이름표를 뗀 뒤 처음 야구장에 출근을 하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이현곤은 9일 마산 삼성전에서 개인통산 1000경기를 달성하면서 공식적으로 선수 유니폼을 벗었다. 통산타율 0.272(2672타수 726안타). 그리곤 10일 1군 엔트리에서 ‘이현곤’ 이름 석자가 빠졌다.
● 1000경기 출장으로 마지막 장식
NC 김경문 감독은 개인통산 1000경기 출장에 5경기가 부족했던 그를 9월 엔트리 확대에 맞춰 불러올렸다. 그리고는 9일 마산 삼성전에 8번 3루수로 선발기용하며 대망의 1000경기 달성의 기회를 줬다. 피 말리는 연장 11회 승부를 지휘하면서 끝까지 이현곤의 이름이 전광판에 남도록 배려했다.
김 감독은 10일 마산 삼성전에 앞서 “현곤이가 그동안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서도 팀을 위해 희생한 게 많았다. 대주자나 대수비로 1000경기에 나가는 것보다는 마지막 경기이니 다 뛰게 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현곤은 “팀으로선 중요한 경기였는데 내가 선발출장하는 게 민폐처럼 느껴졌다. 감독님의 큰 결심이 아니었다면 이런 좋은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표현이 서툴러서 ‘감사하다’는 것 말고는 다른 말씀을 드릴 게 없다”며 고마워했다.
● 덤덤할 줄 알았는데…
1경기를 뛰더라도, 2000경기를 뛰더라도 ‘마지막’은 특별하다. “연장 11회에 (이)종욱이가 끝내기 만루홈런을 때리면서 동생들이 정말 내 마지막 경기를 멋있게 장식해줬다. 선수들과 정신없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즐겁게 라커룸에 들어가서 스파이크 끈을 푸는데 갑자기 기분이 묘하더라. 울컥했다. 난 다른 선배님들과는 달리 끝나는 시간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덤덤할 줄 알았는데….”
그는 이날 경기 후 가족을 보면서 또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내가 고향에 가지 못하니까 추석에 부모님이 창원으로 오셔서 장남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셨다. 아버지는 신문기자셨는데, 기러기 아빠로 지내셨다. 날 키우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아내는 “수고했다”며 그를 끌어안았고, 다섯 살짜리 큰 아들은 “아빠 이제 선생님 되는 거야?”라며 묻더니 “난 아빠가 TV에 나오는 게 좋은데”라며 새침해지더란다.
● 그가 남긴 마지막은 희생
광주일고 시절 ‘제2의 이종범’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연세대 시절 국가대표를 지냈다. 2002년 KIA에 입단한 뒤 2007년 타격왕과 최다안타왕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여는 듯했다. 그러나 끊임없는 질병과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만성 간염, 갑상선 저하증, 족저근막염…. 약을 입에 달고 살았다. 체력훈련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힘에 부쳤다. 가진 재능을 온전히 발휘하기 힘들었다. 그런 점이 아쉬울 법도 하지만 그는 “후회는 없다”고 했다.
“프로에서 13년,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 27년간 선수생활을 했다. 잘 한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직업으로 삼아 원 없이 선수생활을 했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마지막을 ‘희생’의 이름으로 장식했다. 9일 마산 삼성전 연장 10회 무사 1루서 기록한 희생번트가 마지막 타석 기록. 그는 그 희생의 가치를 가슴에 안고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출발한다.
마산|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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