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주희정이 22일 창원체육관에서 벌어진 LG와의 원정경기에서 개인통산 900경기 출전의 위업을 이뤘다. KBL 역대 최초다. 기록은 곧 리그의 역사인 만큼 팬들은 물론 KBL과 언론 모두 주목할 만한 가치를 지닌다. 주희정(오른쪽)이 LG 크리스 메시의 수비를 피해 골밑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 홀대 받는 대기록…NBA가 부럽다
역대 첫 900경기 불구 이슈화 외면
NBA 대기록 땐 팬·선수 모두 축하
김주성 “기록 리그 역사” 관심 당부
종목을 불문하고 기록은 프로스포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농구 역시 기록의 스포츠다. 스타플레이어들이 세운 수많은 기록들은 그들 자신의 발자취인 동시에 리그의 역사다.
● 기록이 주는 감동
미국프로농구(NBA)의 슈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36·LA 레이커스)는 15일(한국시간) 타깃센터에서 열린 미네소타와의 원정경기에서 2쿼터 종료 5분24초를 남기고 자유투로 개인통산 3만2293점째를 올리며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퇴·3만2292점)을 제치고 NBA 득점 부문 역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역대 1위 기록이 아니었지만, 브라이언트가 조던의 기록을 넘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브라이언트의 기록 수립 직후 상대팀 미네소타는 작전타임을 불렀다. 승패를 떠나 대기록을 수립한 브라이언트의 업적을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작전타임에 미네소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벤치에서 다음 작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지 않았다. 이들은 일제히 브라이언트에게 다가가 축하의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미네소타 팬들 또한 기립박수를 보냈다.
NBA는 기록 달성에 큰 의미를 둔다. 이번 브라이언트의 기록 달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1년 2월 11일 레이 앨런(당시 보스턴)이 통산 3점슛 신기록을 세운 직후 팀 동료가 상대 선수에게 파울을 범했다. 진행 중인 경기를 멈추게 해 새 역사를 쓴 앨런이 동료들, 상대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팬들에게 기립박수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KBL 경기였다면 U-1 파울이 불렸을 법한 상황이다.
● 기록의 가치 높이는 것도 KBL·언론의 역할
KBL은 기록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듯하다. 기록을 달성하더라도 해당 경기가 아닌, 다음 홈경기에서 기록이 적힌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것이 전부다. KBL에선 계량기록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2003∼2004시즌 막바지 ‘선수 기록 밀어주기’가 불거지자 해당 시즌부터 계량 부문에 대한 수상을 하지 않고 있다. 이후 10시즌이 넘도록 계량 부문은 수상항목에서 빠져있다. 언론도 연승 기록이나, 시즌 최다승 기록, 우승 횟수 등에 대해서만 관심을 둔다. 사실 KBL과 언론이 기록에 의미를 둔 것은 2008년 서장훈(은퇴)이 통산 1만득점을 올렸을 때뿐이다.
주희정(SK)의 900경기 출전은 당분간 나오기 힘든 진기록이다. 그러나 전혀 이슈가 되지 않았다. 큰 의미 부여도 없었다. KBL은 SK의 다음 홈경기 때 주희정에게 900경기 출전에 대한 특별상을 수여할 예정이지만, 미리 기획된 바는 아니었다.
최다출장 외에도 여러 기록을 보유한 주희정은 “팀 승리가 중요한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개인기록이 너무 주목을 받지 못한다. 기록은 선수에게 자신의 결실이자 발자취다. 또 어린 선수들에게도 ‘나는 앞으로 어떤 기록을 세우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KBL 최다 블록슛(957개)을 자랑하는 김주성(동부) 역시 “기록은 선수의 가치를 높여주는 동시에 리그의 역사이기도 하다”며 기록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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