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원준. 스포츠동아DB
2회 투런홈런 허용 역전패 빌미
감 잡은 절친, 3홈런 8타점 폭발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 우정이란 없다. 아니, 있다 해도 그라운드 밖에서의 얘기다. 경기가 진행되는 3∼4시간 동안, 다른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모두 ‘적’이다. 두산 장원준(30·사진)과 롯데 강민호(30)가 바로 그랬다.
롯데의 좌완 에이스로 활약하던 장원준은 지난해 말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두산으로 이적했다. 장원준 승수의 대부분을 함께 일궜던 동기생 포수 강민호와도 더 이상 호흡을 맞추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이다. 오히려 마운드와 타석에서 서로에게 창을 겨누고 방패를 들어야 하는 사이가 됐다.
두산에서의 첫 출발은 좋았다. 장원준은 이적 후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9일 잠실 NC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를 따냈다. 그 후 2번째 출격이 바로 5일 사직 롯데전. 그런데 공교롭게도 첫 사직 원정에 나선 장원준을 고전하게 만든 이가 바로 강민호였다.
장원준은 두산이 3-0으로 앞선 2회 무사 1루서 강민호와 맞서 풀카운트까지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그리고 7구째 직구(142km)를 높게 던지다가 좌월2점홈런을 얻어맞았다. 장원준의 올 시즌 첫 피홈런이자, 강민호의 시즌 첫 아치. 그야말로 얄궂은 인연이다. 장원준은 결국 5이닝 5안타 1홈런 5볼넷 6탈삼진 4실점으로 승패 없이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친구의 공을 통타해 손맛을 본 강민호는 장원준이 마운드에서 내려가자 마음 놓고 펄펄 날았다. 7회 좌중간2점포와 8회 좌월만루포를 추가하며 5타수 4안타 3홈런 8타점으로 폭발했다. 역대 한 경기 최다타점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강민호는 늘 친구 장원준이 등판하는 날마다 맹활약하곤 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올해부터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팀에서 뛰게 됐을 뿐이다. 그 차이가 강민호에게는 환희로, 장원준에게는 좌절로 돌아갔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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