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발굴도, 용인술도…유효기간 없는 ‘매의 눈’

입력 2015-11-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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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한국야구대표팀 김인식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프리미어12 한국야구대표팀 김인식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김인식 리더십을 말하다|<하> 적재적소

역시 김인식(68·사진) 감독이 정답이었다. 한국야구가 또 김인식 감독에게 빚을 졌다. 야구국가대표팀이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온갖 악조건을 딛고 이뤄낸 우승이자, 우리 스스로조차 예상치 못했던 성과다. 김인식 감독이라서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평범한 것 같으면서 비범한 김인식 리더십의 특별함을 3회에 걸쳐 재조명한다<편집자 주>.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마친 뒤 얼마 안됐을 때의 기억이다. 당시 한화 사령탑이었던 김인식 감독은 “멕시코의 1루수가 정말 탐이 나더라. 어떻게 데려올 수 없나?”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눈에 든 선수는 아드리안 곤살레스(33·LA 다저스)였다. 당시 샌디에이고 소속의 24세 유망주로서 텍사스에서 2년간 59경기를 뛴 것이 빅리그 경력의 전부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WBC 단 1경기에서 관찰한 그 짧은 찰나에 곤살레스의 잠재력을 알아봤다. 실제로 곤살레스는 2006년 156경기에서 24홈런을 터트리며 오르지 못할 나무가 돼버렸다.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하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 총액 1억5400만달러 계약을 이끌어냈고, 올해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290홈런을 기록 중이다.

2006년 한화에 곤살레스는 없었지만 류현진(28·LA 다저스)이 김 감독의 ‘매눈’에 포착됐다. 2006시즌 개막 이전까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류현진은 김 감독과의 만남을 통해 일약 ‘괴물투수’로 급성장했다. 류현진 이전에는 쌍방울에서 김 감독의 발탁에 힘입어 ‘연습생 신화’를 일군 박경완(SK 배터리코치)이 있었다. 두산 ‘화수분 야구’의 원조도 김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가능성 많은 신인만 발굴한 것이 아니다. ‘재활공장장’이란 수식어에 걸맞게 끝난 줄 알았던 선수들에게 재기의 길을 열어줬다. 정민철, 지연규, 문동환, 고(故) 조성민 등이 그런 케이스였다.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할 때도 김 감독은 단 하나의 장점을 찾았고, 의욕을 자극하는 용인술을 펼쳤다. 한화 포수 이도형을 청주구장 경기 때마다 주전으로 썼다. 청주에 사는 이도형의 장모가 사위를 보러 야구장에 오는 것을 알고 중용한 것이다. 이도형은 청주에만 가면 홈런을 쏘아 올리며 김 감독에게 보답했다. 김인식 리더십의 요체는 이런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인간미’에 있다.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 김 감독은 고심 끝에 유희관(두산)을 제외하고 정대현(롯데)을 깜짝 발탁했다. 여론을 의식해 ‘안전’하게 뽑지 않고, 단기전에 정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 선수를 소신껏 뽑았다. 그러면서 심창민(삼성), 이태양(NC), 조무근(kt), 조상우(넥센) 등을 선발해 국가대표팀 세대교체의 가교까지 놓았다.

김 감독은 이 대회를 끝으로 정상에서 내려올 것이 유력하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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