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Clean] 김종덕 장관 “불법 스포츠 도박도 마약 범죄처럼 엄하게 처벌해야”

입력 2015-12-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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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장관은 불법 스포츠 도박 근절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단속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적절한 예방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 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장관 인터뷰

집행유예·벌금형 솜방망이 처벌로 재범률 증가
일상 부적응·실직·가정파탄·자살 등 사회문제
불법 스포츠 도박 근절 프로그램·단속기구 절실
스포츠스타 연예인 출연 캠페인 지속도 큰 효과


스포츠동아, 동아일보, 채널A는 지난 5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토토와 손잡고 ‘불법 스포츠 도박 추방을 위한 연중 캠페인-SAC!(Stop & Clean)’을 진행했다. 불법 도박은 연간 100조원 규모로 정부 예산(2015년 376조원)의 25%를 넘어섰고, 이중 사설 스포츠토토·경마·경정·경륜 등 불법 스포츠 도박은 31조원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불법 스포츠 도박의 심각성과 폐해를 널리 알리고, 이를 추방함으로써 정정당당하고 건강한 스포츠·레저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스포츠동아는 2015년을 마무리하며 18일 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장관으로부터 불법 스포츠 도박에 멍든 대한민국의 현실을 짚어보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방침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연말 바쁜 일정 가운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이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불법 스포츠 도박은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중독성이 있습니다. 특히 성인뿐 아니라 스마트폰 일상화 등으로 청소년도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정부는 도박 사이트 차단뿐 아니라 도박 홍보글이 성행하는 국내 포털 사이트와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해외사업자와도 협력체계를 구축해 전방위적 차단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이 도박에 빠지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므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도박에 대한 폐해 및 예방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정확한 시장 규모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음성적이고 점조직화돼 있습니다. 범죄집단이 점점 지능화, 국제화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고요. 1차 범죄뿐만이 아니라 파생되는 2, 3차 범죄의 폐해 또한 몹시 심각합니다.


“불법 도박은 과도한 몰입과 중독으로 이어져 우울, 불안 등 심리적 문제를 야기하고 일상생활 부적응으로 실직, 가정파탄, 심지어 자살에까지 이르러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도박 중독은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적 차원, 더 나아가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발전하기 때문에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의 접근 경로 차단과 몰입 예방, 도박 중독의 진단 및 치료, 재발방지, 그리고 사회 복귀를 포함한 포괄적이고 단계적이며 지속적인 치유 서비스 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올해도 남자프로농구 쪽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 관련 사건이 터지는 등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한국 프로스포츠는 과거 승부조작 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앓기도 했고요. 각 종목별 협회 등이 선수들 소양 교육에 힘쓰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근원적인 문제로 볼 수 있는데요. 체육특기생의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승부조작, 실력만을 강조하는 성적지상주의, 특히 개인의 인성보다 복종만을 강요하는 선후배 문화가 아직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난 어린 선수들은 프로선수가 되어서도 승부조작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근절이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현재 프로선수들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승부조작이나 부정행위 방지 교육을 향후 아마추어 어린 선수들로 교육대상범위를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관련 처벌 규정이 너무 약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처벌은 가볍고 기대수익은 크다보니 불법 도박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고, 재범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법 집행에 있어서 처벌 규정은 강화됐지만, 현실은 적발되더라도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인 집행유예나 벌금형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도박 관련 죄는 마약 관련 죄와 같이 동등하게 사회적 법익 차원으로 상향시켜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법 스포츠 도박 근절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대포폰과 차명계좌 등으로 회원관리를 하고 있어 조직적 범죄집단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미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가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책과 단속으로 자취를 감춘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효과적으로 단속하기 위해서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나 경찰청 등 관련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단속기구가 마련되어야 하며, 불법 스포츠 도박 추방·근절을 위한 사회적 경각심과 예방 프로그램도 절실합니다.”


-불법 스포츠 도박 근절뿐만 아니라 관련 시장을 합법적인 스포츠토토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사감위에서는 사행산업의 무분별한 확산과 부작용 예방을 위해 매출총량제와 전자카드 도입과 같은 안전장치를 마련해왔습니다만, 그에 따른 풍선효과로 오히려 불법 스포츠 도박이 더욱 성행한다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따라서 불법 스포츠 도박 근절뿐만 아니라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합법 시장도 일정 부분 활성화될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사감위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하여 방안을 마련토록 하겠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동아미디어그룹이 5월 시작한 ‘불법 스포츠 도박 추방 캠페인’이 올해 스케줄을 마무리했습니다.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가 있었다고 보십니까.


“이번 캠페인은 불법 스포츠 도박의 폐해를 일반 국민에게 알리고자 프로야구 홍성흔 선수, 프로축구 정조국 선수 등과 함께 인기 걸그룹 EXID가 홍보대사로 참여해 불법 스포츠 도박의 폐해를 알릴 수 있도록 붐업을 조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이 출연하는 캠페인 영상을 지속적으로 노출하였고, 불법 스포츠 도박 근절 관련 기획기사를 연중 보도하여 국민의 경각심을 고취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체육 전반에 대한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대한민국 체육을 이끌어가는 수장으로서 올 한 해를 되돌아보시면 어떻습니까. 특히 내년은 체육단체 통합,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등 굵직굵직한 큰 일이 예정돼 있는데요.

“7월 광주 일원에서 개최된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는 메르스 여파에도 불구하고 143개국에서 1만7000여명 등 역대 대회 중 가장 많은 선수단이 참가했습니다. 대한민국은 2007년 이탈리아 토리노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우승 이후 국제종합스포츠대회에서 통산 2번째로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달성했고, 저비용·고효율 개최 등 국제경기대회 모범사례로 평가 받았습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문체부 내에 평창동계올림픽 지원을 담당하는 전담부서를 신설했고, 신설경기장 6개의 평균 공정률이 12월 말 현재 50%에 이르는 등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에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십년간 체육계의 염원이었던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이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어, 내년 3월이면 통합체육회가 출범할 것입니다. 체육단체 통합이 양 단체가 물리적 통합에 그치지 않고, 스포츠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시스템 완비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새해 인사 부탁드립니다.

“스포츠는 100세 시대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영위하는 데 필요한 국민의 기본권이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포츠는 그동안 국민들에게 많은 기쁨과 자부심을 주며 큰 성과를 발휘해왔습니다. 스포츠가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이끄는 견인차가 될 수 있도록 안전한 체육활동 환경 조성, 국민생활체육 참여율 증대, 스포츠산업 육성,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준비 등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에 대한 국민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과 참여를 부탁드리며, 2016년 새해 스포츠로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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