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진출 전인지, “첫 해니까 즐길래요”

입력 2015-12-22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전인지가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LPGA 진출에 대한 소감과 올림픽 출전에 대한 희망 등을 밝히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국내 무대 고별 기자회견

“올림픽 태극마크 위해 미국 진출 결정
투어생활 동안 브리티시오픈 우승 꿈”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평정한 전인지(21·하이트진로)가 2016년 새 꿈, 새 희망을 안고 미국으로 떠난다. 7월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직행 티켓을 받은 전인지는 설렘과 기대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경험을 통해 좀 더 성숙한 선수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별 기자회견을 가졌다. “계급장 떼고 속 시원하게 말하겠다”며 말문을 연 전인지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 “저보고 연애세포가 다 죽었대요.”

16일 저녁 전인지는 경기도 수원의 한 호텔에서 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남자친구는 없고 아직까지 첫 사랑 한번 해보지 못했다”고 말한 게 일파만파 번졌다. 전인지는 “이 자리에서 한 가지 정정하고 싶은 게 있다”면서 “그날 이후 엄청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친구들도 ‘정말 첫사랑 한번 해보지 않았느냐’면서 남자에게 호감을 가져 본 적도 없고 20년 동안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걸 보면 ‘연애 세포가 없는 사람 같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그런데 내가 첫 사랑의 의미를 잘 몰랐던 것 같다. 남자에게 호감도 안 가졌다고 한 건 거짓말이고 그저 괜찮다고 생각한 남자가 있기는 했는데 딱 거기서 멈췄다”고 첫사랑에 대한 과거를 털어놨다. 우리 나이 스물두 살인 전인지에겐 하고 싶은 게 몇 가지 있다. 그렇지만 연애는 아직 아니다. 특별한 이상형도 없다. 정확히 말하면 생각해보지 않았다. 대신 학교생활만큼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하고 싶어 한다. 고려대학교 스포츠과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이다. 학생이면 으레 하는 학점 걱정도 고민거리 중 하나다. “1학년 때는 의욕도 넘쳤고 과제도 열심히 하려고 했다. 그 덕분에 학점이 생각보다 잘 나왔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 같다. 해외투어를 다니느라 학교생활에 소홀해 학점이 걱정된다.”


우승보다 즐거운 투어 기대

2015년은 전인지에게 잊을 수 없는 해다. KLPGA투어에서만 5승, US여자오픈 제패와 JLPGA투어 살롱파스컵 월드레이디스와 일본여자오픈 우승까지 더할 나위 없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젠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내년 1월 LPGA투어에서 새 출발한다. “첫 해니까 우승보다는 즐거운 경기를 하고 싶다. 두려움은 없다. LPGA투어에 진출한 언니나 동생들과 얘기해보니 ‘가끔 외롭고 힘들 때도 있을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모두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기대도 된다.” 우승도 아직은 전인지의 목표 안에 있지는 않다. 경험과 적응이 먼저라고 했다. “몇 승을 하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올해 너무 잘했고, ‘사고를 쳤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많은 것을 달성한 한 해였다. 프로 데뷔 후 지금까지 늘 ‘꾸준하게 성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올해 너무 잘했기에 내년에도 더 성장하려고 하다보면 오히려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아직 우승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당장은 그렇지만 멀리 내다보고 몇 가지 목표를 세워두기는 했다. 그 중 하나가 브리티시여자오픈이다. “많은 분들이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도 그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은 욕심은 있다. 다만 그게 내년은 아니더라도 투어생활을 하는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다. 그렇기에 내년에는 그 정도 목표만 갖고 도전해보고 싶다.” 전인지는 한국여자오픈과 US여자오픈, 일본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도 우승할 경우 4개국 내셔널타이틀과 메이저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쓰게 된다.


올림픽이라는 새 목표가 LPGA 진출 결정

전인지는 LPGA 진출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US여자오픈을 우승하고 나서도 ‘미국에 가야 하는 건가’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국내투어를 뛰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았기에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부모님도 제 의견을 존중해 미국 진출을 서두르지는 않으셨다. 그렇게 생각하며 고민하던 중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세계랭킹이 크게 오른 것을 알게 됐고, 올림픽 출전이라는 기회도 눈앞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민 끝에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LPGA 진출을 결정하게 됐다.” 새 목표가 생긴 전인지는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초점을 맞춰 투어 일정을 짤 계획이다. 우선은 27일 미국으로 떠나면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2주 정도 체력 훈련을 하면서 몸을 만들고 그 다음 플로리다 주 올랜도로 이동해 첫 대회 전까지 스윙 교정과 퍼트 등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할 예정이다. 첫 대회는 내년 1월말 열리는 코츠골프챔피언십으로 일정을 맞춰 놨다. 전인지는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큰 것 같다. 그런 기회가 올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할 것이고 올림픽에 꼭 나가고 싶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한국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세계랭킹 15위 이내 중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는데 현재 8명이 후보다. 전인지는 그 중 6번째(세계랭킹 10위)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