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피플] 내려놓은 이미선 “식스맨상 욕심나네요”

입력 2016-01-06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삼성생명의 간판스타이자 베테랑 가드인 이미선은 올 시즌 식스우먼으로 변신해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강력한 우수후보선수상 후보로 꼽힐 정도로, 자신이 맡은 새 역할을 열정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사진제공|WKBL

삼성생명 세대교체 위해 식스맨 역할
“3분·5분씩 뛰는 게 더 부담되긴 해요”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의 베테랑 가드 이미선(37·사진)은 올 시즌 역할에 큰 변화를 맞았다. 2000년대부터 삼성생명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했던 그녀는 임근배(49) 감독의 부임과 함께 올 시즌부터는 식스맨 역할을 부여받았다. 매 시즌 평균 35분 이상에 이르렀던 이미선의 출전시간은 올 시즌 평균 18분20초로 크게 줄었다.

임 감독은 세대교체를 목표로 삼았다.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해 기량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자연스럽게 이미선의 역할은 축소됐다. 2000년 여름리그부터 지난 시즌까지 15년간 경기당 30분 이상을 뛰었던 이미선에게 주어진 새로운 임무는 식스맨. 2014년까지만 해도 국가대표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했던 그녀에게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이미선은 “나는 길게 뛰는 것에 익숙해서 벤치를 들락거리며 3분, 5분씩 뛰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내가 경기에 투입되면 짧은 시간이더라도 ‘그래도 이미선인데…’라는 기대 속에서 뛰기 때문에 잘해야 본전이다. 부담이 됐다. 3라운드까지는 나나 팀 모두에도 마이너스였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이미선의 출전시간을 경기당 20∼25분으로 제한하되, 잦은 교체 없이 길게 뛰는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이미선도 적응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플레이에 다시 여유가 생겼고, 날카로운 어시스트 패스가 동료들에게로 향했다.

무엇보다 동료들이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선은 “농구에서 가장 쉬운 득점 방법은 ‘받아먹는’ 득점이다. 후배들이 쉽게 받아먹을 수 있는 패스를 하려고 한다. (배)혜윤이는 이제 그 감을 알아서 움직이더라”며 웃었다.

식스맨으로 변신한 이미선은 올 시즌 강력한 우수후보선수상(식스우먼상) 후보로 꼽힌다. 여자프로농구 역사상 우수후보선수상을 수상한 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쥔 선수는 있었지만,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뒤 우수후보선수상을 수상한 선수는 아직 없었다. 남자프로농구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는 주희정(39·삼성)이 유일하다. 이미선은 2002년 여름리그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바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관계자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가 욕심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다. 이미선이 식스우먼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선 역시 식스우먼상에 대한 질문에 “주시면 감사히 받겠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