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 코치 “승부차기 순간…골키퍼는 영웅이 되면 안된다”

입력 2016-01-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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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축구대표팀 이운재 코치. 스포츠동아DB

■ 이운재 코치의 조언

“키커보다 먼저 움직이면 실패
‘막는 역할’에만 충실해야 선방”

올림픽대표팀 이운재(43·사진) 골키퍼 코치는 선수시절 태극마크를 달고 많은 업적을 이뤘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며 한국의 4강 신화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선방을 펼치며 4강 진출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뿐이 아니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이를 바탕으로 중요한 일전 앞둔 올림픽대표팀 수문장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하고 있다. 그는 8강전부터 2가지를 당부했다. 토너먼트부터는 연장까지 120분간의 공방에도 불구하고 비기면 곧장 승부차기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 골키퍼는 영웅이 되면 안 된다!

이운재 코치는 “승부차기까지 갈 경우 골키퍼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하지만 이 때 골키퍼가 영웅이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유가 있다. 승부차기에 돌입하면 골키퍼보다 키커가 더 부담을 안게 마련이다. 그런데 골키퍼가 슈퍼 세이브 등으로 영웅이 되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키커보다 먼저 움직이게 된다. 이러면 아무리 뛰어난 골키퍼라도 상대의 킥을 막아내기 힘들어진다. 이 코치는 “골키퍼는 원래 막는 역할이다. 그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승부차기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페널티킥 지점에서 골라인까지 거리는 11m다. 짧은 거리인 만큼 키커가 골대 모서리로 강하게 차면 골키퍼가 막아내기는 쉽지 않다. 선수시절 승부차기에 강했던 이운재 코치는 “나는 선수 때 승부차기에 임하면 참고 기다렸다. 키커가 좋은 슈팅을 하면 골키퍼는 막기 힘들다. 그러나 승부차기에 나서는 5명 중 1∼2명은 부담감 때문에 완벽한 슈팅을 하지 못한다. 그런 경우가 나오면 볼을 끝까지 보고 움직여도 막을 수 있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미 선수들에게는 내 노하우를 다 얘기해줬다. 선택은 선수들의 몫이다. 내 감각도 있지만 선수들 특유의 감각도 있다. 그래서 많이 간섭하지 않고, 선수들을 믿고 기다려볼 생각이다”며 제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도하(카타르)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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