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새 수문장 김동준 “리우 목표? 한일전 한 번 더”

입력 2016-02-24 0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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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김동준(22)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성남FC에서 뛰게 될 루키 골키퍼다. 축구 팬들에겐 올림픽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으로 더 낯익다.

한국은 카타르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아시아 예선 결승전에서 일본에 2-3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며 2위로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땄다. 그는 지난달 한·일전 이야기에 한숨을 쉬었다.

“기사에 달린 댓글 다 읽었어요. 어떻게 이렇게 질 수 있는 건지 자신에게 화가 났죠.” 당시 한국은 먼저 두 골을 넣고 3골을 내리 허용해 패했다.

“11명이 함께 하는 축구지만, 결국 마지막을 책임지는 것은 저잖아요. 골을 허용할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통증을 느껴요.” 김동준은 “2분간 2골을 먹고 정신이 아득해졌다”며 “흔들리는 수비수들에게 더 크게 소리를 질러서 정신을 잡아주지 못한 내 잘못”이라고 했다.

전지훈련장에서 김동준의 목소리는 쩌렁쩌렁 울렸다. “영선 왼쪽! 석원 오른쪽!” 연습 경기에선 팀의 막내인 그가 한참 선배들에게 반말로 소리를 지른다. “리우에선 더 열심히 소리 지를 겁니다. 후회하는 일이 없어야 하니까요.”

신태용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아시아 예선 이후 “골키퍼 포지션엔 와일드카드(24세 이상)를 쓰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만큼 김동준의 어깨도 무겁다.



리우 목표에 대해 김동준은 망설임 없이 “일본전 패배를 설욕할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메달에 대한 희망도 그를 설레게 한다. “공격수의 훈장이 골이라면, 골키퍼의 훈장은 무실점입니다. 리우에서 훈장 여러 번 달아야죠.”


김동준 인터뷰 전문

23세 이하 대표팀의 평소 분위기를 말해달라

-평소에는 항상 이기자는 마인드.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쳤다. 실력보다 조직력을 우선으로 하는 팀분위기가 있었다.

대표팀만의 재밌는 문화?

-지원스태프 분들이 노래 틀어준다. 걸 그룹 노래 많이 틀어준다. 대한민국 응원가가 있었는데. 그 노래가 계속 심장을 뜨겁게 달군다. 승리의식을 갖게 해준다. 빅뱅의 승리의 함성. 그 노래를 자주 틀어줬다. 특히 한일전 때는 핸드폰에 넣고 듣고 갔고. 의지와 각오를 다지면서 갔다.

한일전 기대한만큼 아쉬운 점도 있지 않나

-개인적인 목표는 일단 우승이었기 때문에 아쉬운 것은 사실이고. 이미 경기는 지났기 때문에 배울 건 배우고 버려야할 건 하기 때문에 아쉽더라도 배운다는 생각이다. 패배를 통해 뭔가 배워야겠다.

끝나고 라커룸 분위기는 어땠나

-운 사람은 못봤는데…다들 순간적으로 멍했다. 다 그냥 멍했고 얼이 빠졌었다. 슬픔보다는 패배에 대한 분노가 끓었다. “야 이렇게도 질 수 있구나”라는 허탈감과 “많은 걸 배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골키퍼라는 자리가 책임감과 허탈감이 크지 않나

-골문은 지키는 마지막 자리기 때문이다. 첫번째는 주위에서 온 수비수를 확인 못했다. 각을 좁히고 나가서 한쪽으로 유도를 했어야 하는데 판단미스로 골을 허용했다. 실점을 했기 때문에 수비수를 다독여서 집중력을 다졌어야 했었는데. 거기서 내가 더 다그치고 소리를 지르고 했어야 했는데 그때가 아쉽다. 수비수들이 정신을 차리게 했어야 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쉽다.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어떤 점을 배웠나

-2분 만에 2골이 들어갈 수 있었다는 걸 느꼈다. 공은 둥글다는 걸 느꼈고. 수비를 조율하는 능력. 수비불안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나왔는데. 수비불안은 골리의 코칭력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포함되어있다. 내 미스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로 팀이 하나가 됐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수비력이 코칭하는데서 경험이 많이 부족했는데 이제 프로에 왔으니 이런걸 보완하겠다. 아마추어에서 경기를 하다가 이제 프로에 들어왔는데 경험의 차이를 크게 느꼈다. 프로 경기를 뛰면 더 좋아지고 보완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성남에서 잘 하는 게 우선 목표다.

신태용 감독이 주문한 개인적인 멘트나 신 감독에게 고마운 점이 있을까

-신태용 감독님의 빌드업 스타일이 있다. 빌드업을 하면서 안정적인 것을 요구한다. 공격적인 것과 수비적인 것을 모두 요구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 하지만 새로운 축구를 배우게 해줬다. 수비 불안에 대해 저에게 많이 수비적으로 코칭을 많이 해주라고 지도한다.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고 템포 조절을 해줘야 한다고 하신다. “더 소리 지르고, 네가 격려해줘야 해. 수비를 집중하는 건 네 몫” 라는 말을 많이 한다.

올림픽 대표팀에서 누가 제일 분위기 메이커인가?

-다들 조용하고 자중하는 편. 감독님이 제일 재밌다.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스킨십도 많이 하고. 이운재 코치님도 웃기시다. 두 분이 티격태격 하는 게 제일 웃기다. 식사 때 마다 신태용 감독님이 이운재 코치님에게 “뭘 그렇게 밥을 많이 먹냐”고 놀린다. 우리가 빵 터지면 운재선생님이 “야 웃어?”라고 우리에게 뭐라 하신다. 그러면 우리는 더 크게 웃는다.

23세 이하가 소속팀에서 자리를 못 잡은 선수가 많은데

-내색은 다들 안하지만 경기를 못 뛰는 건 스쿼드를 통해서 다들 알기 때문에 따로 언급을 안 하는 편. (류)승우형은 레버쿠젠에서 다른 팀에 간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승우형 같은 경우에는 다른 팀으로 옮겨서 게임을 뛰기 보다는 레버쿠젠에서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황)희찬이는 잘츠부르크에서 리퍼링에서 잘츠부르크에서 자리 잡아야 된다는 말을 자주 했고. 각자 소속팀에 대한 스트레스나 부담감 같은 것은 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하지 않겠나.

남은 5개월 동안 바라는 것은?

-성남FC에서 경기를 나가고 한다면…충분히 대표팀 기회가 주어질 것 같다. 팀에서 주전경쟁 입지를 다진다면 모든 면에서 좋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 k리그에서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 감독님도 소속팀 주전 확보를 노리라고 하지 않나

-기본적으로 “팀에 가서 게임을 뛰어라” 이 말을 제일 많이 한다. 경험이 부족해 이번 대회를 우승하지 못했다는 점에 공감했다. “소속팀에서 경기를 많이 뛰고 살아 남아라”라는 주문을 했다. 이게 해산 당시 마지막 말이었다.

이운재 코치는 주로 무엇을 주문하나

-안정감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신다. 골키퍼는 빛을 바라면 안 된다. 절대 스타가 되서는 안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제일 침착해야 한다. 이런 말을 제일 많이 해주신다. 뭔가 튀는 걸 하려고 하지 말라는 뜻이다.

본인의 성격은?

-되게 빨리 잊는다. 되게 빨리 잊는데 항상 일지를 쓴다. 메모해 놓고 그 메모를 보면서 운동 나가기 전이나 자기 전에 계속 떠올리고 이미지 트레이닝 많이 하는 편이다. 일지는 컴퓨터로 쓴다. 새로운 꿈이 생겼다. 훗날 지도자를 해보고 싶다. 그 때 컴퓨터 자료가 활용될 거라는 생각에 컴퓨터로 메모한다. 최고의 선수가 되어야 최고의 지도자가 된다고 생각한다. 경험도 많아야 하고. 최고의 지도자가 되기 위한 발걸음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축구에 장점과 단점을 말해달라

-단점은 코칭력이 많이 부족하다. 확실히 프로 무대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스텝이 크다보니까 잔 스텝에서 코치진들에게 배우고 있다. 충분히 보완하면 다른 선배(성남 골키퍼)들과 경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운동하면서 언제가 제일 힘들었나

-대학교 1학년 때 겨울 축구가 제일 힘들고 어려웠다. 고등학교 때 주위에서 말하기는 그 나이 또래에는 랭킹 1위라고 해서 연세대를 갔다. 자신감이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동계훈련이 정말 힘든거다. 힘든 상황에서도 형들 슈팅을 막을 때 정말 힘들었다.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축구를 못 하겠다” “여기가 한계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때 어떻게 마음을 잡게 됐나.

-아버지가 성격이 냉정하다. 전화로 “지금 축구를 그만 둘거면 뭐하러 축구를 했냐” 그때 이야기를 듣고 2~3일 동안 아버지가 미웠는데…시간이 지나 그 말을 되새겨 보니 내가 한심했던 것 같더라. 정신적으로 나태해졌다는 걸 느꼈다. 이 악물고 올라설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별명은?

-연예인 김종국 닮았다고 꾹이라고 많이 부른다. 그 전에 연대에서도 꾹이라고 부른다.

대표팀에서 친구들 오랜만에 만나면 반갑지 않나

-오랜만에 봐도 어제 만난 것처럼. 농담도 하고. 잘 지냈냐 그런 말 한 마디면 다른 말이 필요없다.

리우 목표는?

-리우에서 소집명단에 들어가는게 우선이고. 리우를 가게 된다면 무조건 일본이랑 다시 붙어보고 싶다. 일본을 무조건 잡고 나서, 세계 강호팀이랑 붙어서 이기고 싶다. 메달 목표는 동메달 이상을 따는 것이다. 기왕이면 유럽 강호들을 이겨보고 싶다.

원래부터 골키퍼를 희망했나

-초등학교 때는 필드 플레이어였다. 원래 수비수 였고 지고 있으면 포워드로 올라가기도 했다.

왜 골키퍼를 택했나.

-초등학교 감독님이 너는 골키퍼를 하는 게 성공률이 높다. 순발력이 좋다고 했다. 얼떨결에 알겠다고 해서 골키퍼가 됐다.

골키퍼라는 포지션의 매력은?

-그냥 한 경기에 0점으로 끝나면 기분이 좋다. 그게 골키퍼의 훈장이다.

좌우명이

-“내가 막으면 팀이 이긴다” 늘 새겨두는 말이다.

각오

-일본전 때 욕을 많이 먹었다. 사람인지라 기사를 보고 댓글을 보게 되는데 욕이 많이 달리더라. 국가를 대표해 나간 선수로 당연히 욕먹는 건 당연한 일이다. 뭔가 자신에게 화가 났다. 국민을 대표로 나가서 축구를 하는데 욕먹는 게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그 욕이 약이 됐다고 생각한다. 다음 대회는 지켜보는 국민들이 화나지 않고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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