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놀이터” “패배해도 박수” 색다른 PO설전

입력 2016-03-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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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남자부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 대한항공 장광균 감독대행(왼쪽 사진 왼쪽부터)이 우승 트로피를 앞에 두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여자부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오른쪽 사진 왼쪽부터)도 우승에 대한 열망을 감추지 않았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V리그 남녀배구 미디어 데이

최태웅 감독 “코트는 선수들 행복한 놀이터”
장광균 감독대행 “NBA처럼 패배 해도 박수”
올 시즌 돌풍 젊은 감독들, 출사표도 신선


드디어 ‘봄 배구’가 시작된다. 1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리는 삼성화재-대한항공의 남자부 준플레이오프(준PO) 단판대결을 시작으로 남녀 PO(3전2승제)와 챔피언 결정전(5전3승제)이 26일까지 쉼 없이 이어진다. ‘NH농협 2015∼2016 V리그’를 결산하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미디어데이가 8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 베르사유룸에서 펼쳐졌다. 남자부 4강(현대캐피탈·OK저축은행·삼성화재·대한항공)과 여자부 3강(IBK기업은행·현대건설·흥국생명)의 감독과 대표선수들이 참가했다. 약 1시간30분 동안 이어진 말의 잔치 가운데 가장 귀에 들어온 단어는 ‘존중’과 ‘행복한 놀이터’, 그리고 ‘신뢰’였다.


존중

남자부 4개 팀 감독들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새로운 문화를 보여줄 것 같다. 그동안 치러진 11번의 포스트시즌은 승자와 패자만 나뉘었을 뿐, 상호존중은 없었다. 결과에 승복하지 못해 시상식 때 비주전선수를 내보낸 팀도 있었다. 승자는 챔피언으로서의 정당한 존경을 받지 못했다. 올해 V리그에 새 바람을 몰고 온 젊은 감독들은 패배의 승복과 존중이 사라졌던 과거를 털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로 약속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프로라면 이전부터 해야 했던 것이다. 만일 우리가 우승을 못 하더라도 결승전에서 상대를 위해 축하의 박수를 쳐주겠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도 화답했다. “현대캐피탈의 정규리그 우승을 축하드린다. 우승 세리머니 등 경기 이후의 문제는 한국배구연맹(KOVO)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우리가 축하해줘야 하는 입장이라면 축하해줘야 한다. 우리는 상대를 존중하겠다. 예를 갖추는 쪽으로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도 “경기는 당연히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서로의 기본적 예의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얘기했다. 봄 배구에 나온 사령탑들 가운데 가장 젊은 대한항공 장광균 감독대행은 “최근 미국프로농구의 영상을 봤다. 패배를 앞둔 팀의 감독이 선수들에게 격려하면서 상대에게 박수를 쳐주자고 말하는 영상이었다. 우리도 그런 상황이 온다면 상대를 축하해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행복한 놀이터와 신뢰, 그리고 무용지용

남자부 감독들에게 건넨 공통 질문들 가운데 하나가 포스트시즌 키워드였다. 예전과는 다른 단어가 많이 나왔다. 장광균 감독대행이 뜻밖에도 행복이라는 말을 꺼내들었다. 천신만고 끝에 봄 배구에 합류한 장 감독대행은 “배구를 하다보면 이길 때도, 질 때도 있는데 우리 선수들이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만족하고 결과에 행복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태웅 감독은 한발 더 나아갔다. “코트는 우리 선수들에게 행복한 놀이터다. 이번 시즌 그래왔듯이 마지막까지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주전선수들의 부상으로 고민이 많은 김세진 감독은 “우리의 키워드는 신뢰다. 서로 믿고 의지해야 한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팀의 입장이 어려운 것은 핑계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믿고 의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숱한 어록을 만들어온 최태웅 감독은 기대대로 또 명언을 남겼다. ‘장자’에 나오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을 언급했다. 세속적 안목에선 쓰임이 없어 보이는 것도 결국에는 쓰임이 있다는 뜻이다.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 때 어느 팀으로부터도 우승 후보로 지목받지 못했지만 결국 ‘공공의 적’이 된 현 상황을 비유했다. 갈릴레이 갈릴레오의 명언 “그래도 지구는 돈다”로 마무리한 최 감독은 결국 정규리그 때처럼 봄 배구에서도 현대캐피탈의 배구가 성공할 것이라고 암시했다. 과연 그 말의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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