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인트루이스 오승환(오른쪽)이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터너필드에서 열린 애틀랜타 원정경기에서 첫 승을 따낸 뒤 클럽하우스에서 맥주 축하파티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제공|오승환
오승환 ‘강남스타일’로 루키 신고식
애틀랜타전 ML 첫승…맥주 샤워도
세인트루이스는 피츠버그와의 개막 3연전에서 충격의 전패를 당했다. 오승환의 통역인 유진 구씨는 “정말 아무도 예상 못한 결과”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애틀랜타 공항에 전세기가 내렸다. 그런데 호텔로 들어오는 버스 안에서 분위기 반전이 벌어졌다.
오승환(34)의 메이저리그 루키 신고식이 즉석에서 열린 것이다. 팀은 전패를 당했지만 오승환은 2경기에서 무실점 투구를 해냈다. 마운드가 아니라 원정버스 안에서 팀을 구할 차례였다. 오승환은 통역과 함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열창했다. 그 유명한 ‘말춤’까지 췄다. ‘돌부처’의 반전매력에 세인트루이스 선수들은 뒤집어졌다. “최근 3년간 루키 신고식 중 가장 재미있었다”는 극찬이 뒤따랐다. 공교롭게도 그 이후 세인트루이스는 애틀랜타 3연전을 싹쓸이하며 흐름을 돌려놨다. 최대 고비였던 11일 3번째 경기 주역도 오승환이었다. 7회말, 1이닝을 2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 승리투수가 됐다. 타자들은 역전점수를 내줬고, 불펜진은 끝까지 승리를 지켜줬다.
오승환의 첫 승이 확정된 직후, 세인트루이스 클럽하우스에서는 맥주 샤워 의식이 펼쳐졌다. 맥주를 뒤집어썼음에도 오승환의 얼굴에는 또 한번 그답지 않은 화색이 돌았다.
클럽하우스에서 세인트루이스의 한 코치는 오승환을 “붓다”라고 불렀다. ‘돌부처’라는 애칭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바로 옆 자리인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는 오승환의 성을 딴 “오(Oh)”라는 단어가 끝없이 이어지는 자작곡(?)을 불러댔다.
오승환과 필승조 불펜을 이루는 케빈 시그리스트는 오승환보다 7살 어리지만 무척이나 살갑게 군다. 10일 클럽하우스에서 오승환 자리에 와 중지 손톱을 보여줬다. ‘전날(9일) 네가 남긴 주자의 실점을 막아주기 위해 내 손톱이 멍이 들었다’고 익살스럽게 티를 낸 것이다.
11일 경기를 앞두곤 스티븐 피스코티가 엄숙한 얼굴로 오승환을 ‘잠깐 보자’며 불렀다. 오승환과 통역이 다소 긴장해 방에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갑자기 튀어나오는 인형을 숨겨놓고 장난을 치려고 준비한 것이었다. 동료들은 오승환의 놀라는 모습을 보려고 사진 촬영까지 마련했는데 정작 놀란 사람은 통역이었다. 오승환은 “여기 선수들 장난들이 유치해서 화도 못 낼 때가 많다”고 슬쩍 웃었다. 일견 사소해보여도 세인트루이스 선수들이 오승환을 인정하고, 좋아하는 살가움이 물씬 느껴졌다.
애틀랜타(미국 조지아주)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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