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박주현. 스포츠동아DB
넥센 염경엽 감독은 늘 ‘기대’보다 ‘기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신인급 선수를 1군 선수로 키우는 명확한 원칙이다. 박주현(20·사진)이 대표적 예다. 염 감독은 올 시즌 그에게 선발 우선권을 부여했다. 팀 4∼5선발이 확실하지 않아 6명의 후보를 뒀는데, 시범경기를 통해 기회를 잡은 이가 박주현이다. 염 감독은 그를 마운드를 책임질 선발로 키우기 위해 시간을 할애할 계획이다.
박주현은 키 184cm, 몸무게 110kg의 건장한 체격을 지녔다. 구속은 140km대 중반밖에 되지 않지만 타점이 높고 변화구 제구가 좋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9일 잠실 넥센전에서 선발로 나온 박주현에 대해 “신인이면 무조건 세게 던지려고 하지, 볼 카운트를 잡기 위해 공을 툭 놓기 쉽지 않은데 그렇게 하는 배포에 놀랐다. 배짱만큼은 대단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박주현은 이날 5이닝 8안타(2홈런) 5삼진 5실점으로 무너졌다. 잘 던지다가 투구수가 많아지면서 난타를 당했다. 그러나 염 감독도 “나쁘지 않게 봤다”고 말했다. 어차피 승리는 하늘의 뜻이다.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타선이 침묵하거나 불펜진에서 무너지면 승리는 날아간다. 게다가 박주현은 신인이다. 염 감독은 “(박)주현이에게 기대는 안 한다. 기회를 부여할 뿐이다. 본인에게도 ‘1년 동안 결과는 생각하지 마라’고 주문했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잘 던지기도 하고 못 던지기도 하면서 선발로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느끼고 깨달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비단 박주현뿐 아니다. 염 감독은 조상우를 처음 마무리로 기용하면서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필승계투에서 선발로 돌린 한현희가 부진할 때도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처음 해보는데 실수 안 하는 게 더 이상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라운드 위는 총성 없는 전쟁터다. 전쟁터에서 조그마한 실수는 곧 아군의 패배로 이어진다. 감독은 결과에 모든 책임을 져야하는 지휘관이다. 그럼에도 염 감독은 실패를 염두에 두지 않고 선수들을 과감히 기용한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선수는 성장하고, 선수의 능력치가 올라가면 팀 승리로 연결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믿음이 끊임없이 새 얼굴이 등장하는 넥센표 화수분야구의 원천이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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