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마에스트리. 스포츠동아DB

한화 마에스트리.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한화는 3실점 이하의 투수를 6회 이전에 강판하는 ‘퀵후크’를 18차례나 단행했다. 선발승은 포기한 지 오래다. 9승 중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따낸 2승이 전부다. 선발투수가 5이닝 이상 던진 경기는 33경기 중 고작 6번(18.2%)뿐이다. 13일까지 선발투수 방어율은 7.76(113.2이닝 98자책)으로 압도적인 꼴찌다.

그런데 한화는 그나마 선발투수다웠던 마에스트리를 13일 2군으로 보냈다. 마에스트리는 바로 전날(12일) 대전 NC전에 구원등판해 0.2이닝 2안타 3볼넷 3실점으로 만신창이가 된 터였다. 8경기 2승2패, 방어율 9.00의 시즌 성적만 보면 2군행을 통보받아도 할 말이 없다. 한화 김광수 감독대행은 13일 광주 KIA전에 앞서 “마에스트리는 구위 저하로 (2군에) 보냈다”며 “자신감도 떨어졌다. 주말까진 대전에 머물면서 정리하라고 했다. 어제는 여차하면 2번째 투수로 등판하는 것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범경기 당시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던 마에스트리의 직구 최고구속은 143㎞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슬러브와 포크볼 등 변화구의 위력도 반감됐다.

그러나 여론은 마구잡이식 투수운용의 희생양이 된 마에스트리를 동정하는 분위기다. 선발진의 도미노 붕괴와 당장 1승에 목마른 팀의 사정상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한 탓도 있다. 게다가 마에스트리는 3월 15일에야 5000만엔(한화 약 5억원)의 헐값을 주고 부랴부랴 데려온 외국인투수다. 지금까지 팀의 2차례 선발승과 퀄리티스타트(QS)에 성공한 주인공이다. 그런 마에스트리를 계투 전환 다음날 2군에 보냈다. 새 외국인투수와의 계약이 임박했다면 모를까, 현시점에서 그의 2군행은 자신감만 떨어트리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무분별한 투수운용이 화를 자초했다. 지금 한화에 확실한 선발요원은 에스밀 로저스와 이태양뿐이다. 송은범도 목에 담 증세가 있어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걸렀다. 안영명은 어깨에 탈이 났고, 김민우, 김재영은 2군으로 내려간 지 오래다. 심수창도 선발과 구원을 오간 터라 쓰임새가 모호하다. 승리조와 추격조의 경계도 허물어졌다. 송창식~윤규진~권혁 등 필승계투요원들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기를 뒤집을 것이라는 희망 속에 마운드에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른바 ‘도박야구’다. 게다가 김성근 감독 없이 치른 8경기(1승7패)의 투수운용도 시즌 초반과 크게 다르지 않다. 13일 선발 로저스가 올 시즌 한화 선발투수 중 최다인 6.2이닝(4실점 2자책)을 기록했으나 팀은 2-4로 패했다.

분명한 것은 올 시즌 한화는 슬롯머신을 당기듯 투수를 한두 명씩 당겨쓰며 한 시즌이 아닌 오로지 1승만을 위한 야구를 하고 있다. 선발과 불펜의 경계는 사실상 무너진 지 오래다. 미래를 보는 야구는 애초에 포기했다. 게다가 김 감독이 자리를 비운 데다 투수교체 등 경기운영의 전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 책임을 떠넘길 수도 없다. 누구의 의도이든 한화는 지금 모 아니면 도의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딜러에게 투수들의 미래를 맡겨놓은 채로 말이다.

광주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