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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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에이스 양현종(28)은 올 시즌 대표적인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12일까지 7차례 선발등판했지만 승리 없이 4패만 기록했다. 방어율 3.51에 6차례 퀄리티스타트(QS)를 기록한 투수에게 너무나 가혹한 성적이었다. 양현종이 등판한 경기에서 총 17점(평균 2.43점)밖에 뽑아내지 못한 타자들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 KIA 김기태 감독도 “감독으로서 (양)현종이에게 참 미안하다. 많이 위로해달라”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양현종은 1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값진 첫 승을 신고했다. 경기에 앞서 “오늘 (양현종이) 이기면 7전8기”라던 KIA 구단관계자의 말 그대로였다. 양현종은 이날 7이닝 3안타 2볼넷 4삼진 무실점의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한화 타선을 요리했다. 최고구속 148㎞의 직구(69개)와 슬라이더(17개), 체인지업(15개), 커브(2개)를 곁들였고, 투구수 103개 중 스트라이크가 72개였을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였다. 양현종이 마운드에 서 있는 동안 한화 타자들은 단 한 차례 2루를 밟은 게 전부였다. 양현종이 왜 에이스인지 보여준 한판이었다. 방어율도 3.07까지 낮췄다.

양현종에게 본인의 승리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등판한 7경기에서 팀이 모두 패했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마음가짐도 에이스다웠다. 그는 “내가 나가는 경기마다 팀이 져서 미안했다”며 “(윤)석민이 형도 부상을 당한 상황이다. 항상 (내가) 에이스라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계투진의 등판을 최소화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자들이 정말 고생 많았다. 내가 등판하는 날 마음대로 되지 않아 자책하는 타자들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오늘을 계기로 편안하게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승리에 대한 집착은 없다”고 거듭 외쳤다. 그는 “타자들이 내가 등판한 경기에서 못 치고 미안해하더라. 그런 모습 안 보여줬으면 좋겠다. 오늘 첫 승을 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외국인선수들이 많이 던지고 있는데, KBO리그니까 토종 투수가 많은 이닝을 던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닝은 선발투수에게 하나의 훈장이라고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광주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