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여자야구대표팀 투수 조명희가 9일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린 ‘LG 후원 2016 WBSC 여자야구월드컵’ 캐나다와 슈퍼라운드 3차전이 끝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장(부산)|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한국여자야구대표팀에도 ‘투혼의 아이콘’이 있다. ‘LG 후원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2016 여자야구월드컵’ 슈퍼라운드 3경기에 모두 등판한 좌완투수 조명희(33·구리 나인빅스)가 그 주인공이다.
9일까지 한국의 슈퍼라운드 전적은 3전패다. 7일 대만에 1-11, 8일 호주에 0-13으로 각각 콜드게임패를 당했고, 9일에도 캐나다에 0-9로 졌다. 남들이 보기에는 일찌감치 승부가 갈린, 이른바 ‘죽은 경기’일 수 있지만 대표팀에게는 공 1개, 한 타석이 매우 소중하다. 슈퍼라운드에 진출해 세계 정상급 국가들과 맞붙는다는 자체가 잊지 못할 경험이다. 선수들이 조별리그 2차전에서 쿠바를 꺾고 슈퍼라운드 진출을 확정했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던 이유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슈퍼라운드 3경기에 모두 등판한 조명희는 지금 이 순간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 있는 힘껏 던져도 구속은 70㎞대 중반. 여자야구에서도 ‘느린 공’에 속한다. 시속 130㎞를 가까스로 넘는 평균구속에도 15승 투수로 자리매김한 프로야구 선수 유희관(두산)을 떠올리게 한다.
9일 캐나다전에선 2번째 투수로 등판해 2.2이닝을 1점만 주고 막아낸 조명희는 “공이 느려서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 좋은 것 같다. 내가 팀에서 ‘여자 유희관’으로 불린다”며 활짝 웃었다. 대표팀 이광환 감독도 “조명희가 2.2이닝을 잘 버텨줬다. 느린 공이 통했다”며 미소지었다.

여자야구대표팀 조명희. 기장(부산)|김종원기자 won@donga.com
조명희의 이번 대회 성적은 3경기 방어율 2.25(4이닝 1자책점). 피안타율은 0.133(15타수2안타)에 불과하다. 반대급부로 볼넷(5개)이 다소 많은 게 옥에 티. 그러나 강타자와 맞붙어도 도망가지 않는 승부사 기질을 갖춘 터라 이 감독의 믿음도 두텁다.
조명희는 “처음에는 야구를 워낙 좋아해서 여자야구팀을 찾아다녔다. 5년간 계속하다 보니 이런(대표팀 합류) 좋은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며 “마운드에 오르면 한 타자만 상대한다는 마음으로 던진다. 볼넷을 허용하지 않고, 맞혀 잡는 공격적인 투구를 하겠다”고 외쳤다.
이제 대표팀에게 남은 경기는 10일 일본전 1게임이 전부다. 3일 연투로 지칠 법도 한데, 그런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강제성을 띤 연투가 아니라면 피로감은 덜하다. 조명희는 “몸 상태는 아무 문제없다. 아주 좋다. 아직 1경기 남았다”며 ‘유종의 미’를 다짐했다.
기장(부산)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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