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3명씩 3개조로 24시간 운영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지난 2월 1조5000억원대 도박사이트를 제작·판매한 기업형 조직을 적발했다. 총책인 A씨는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처남 B씨를 태국으로 보내 사이트를 운영하도록 했다. 서버는 미국에 두는 치밀함을 보였다. 국내에는 개발팀과 홍보·상담팀만을 남겨 두었다. 1조 2∼3명이 3개조로 24시간 사이트를 운영했다.
불법도박사이트는 암세포처럼 번식하는 특성이 있다. 사이트를 제작한 프로그래머 등 개발자들이 독립해 독자적으로 운영을 하기 때문이다. 총책 A씨 밑에서 일하던 프로그래머 3명도 ‘OOO솔루션’이라는 이름으로 독립해 총 44개의 스포츠도박사이트를 제작·판매해 부당한 돈을 벌었다. 스포츠도박사이트의 경우 300만원이면 제작이 가능하다. 여기에 AS 등 관리비 월 150만∼200만을 받고 사이트를 불법사업자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운영사무실과 서버는 해외에 있어 적발이 쉽지 않다. 동남아 국가들이 인기가 높다. 적발을 위해서는 해당국과의 국제공조가 필요하다.
이번에 사건의 경우는 국내에서 활동하던 프로그램 개발자를 검거하면서 수사가 급진전했다. 불법스포츠도박사이트를 판매하는 것을 발견하고 수개월을 추적한 끝에 사무실을 찾아냈다. 개발자들 대부분 돈에 눈이 먼 20대들이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 김대환 수사1팀장은 “전직 게임 프로그래머들도 많다”고 했다. 태국경찰의 적극적인 협조도 큰 힘이 됐다. 하드디스크 등 증거물을 현장에서 압수해서 한국경찰에 인계했다. 5년간 암약하며 순진한 사람들의 소중한 돈을 뜯어내 사회를 멍들게 하던 불법도박사이트 대형조직 하나가 궤멸되는 순간이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